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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화 미래 만드는 30대 김동관 사장...다음 도전은 '우주'[톡톡 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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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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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계정 ID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SNS 이용자는 자신의 영문 이름 약자나 즐겨 사용하는 별칭 등을 ID로 택한다. 만약 ID가 '그린에너지(Green Energy)'이고, 사용자가 재벌그룹 오너라면? 여기서 SNS는 지난해 국내외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클럽하우스'이고, '그린에너지'를 ID로 쓴 사람은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사적인 영역에서조차 기업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은 셈이다. 김 사장은 작년 P4G 서울 정상회의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 혁신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관 사장은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직후인 2010년에 (주)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다른 그룹의 재벌 3~4세들이 컨설팅 회사 등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뒤 아버지가 이끄는 회사에 들어오는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 등이 컨설팅사를 거친 3세 경영인이다.

김 사장은 입사 이듬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갔다. 2012년 한화큐셀 인수를 주도했고, 2014년에는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년 한화솔라원·한화큐셀을 통합하며 태양광 사업을 재정비한 그는 2016년 이후에는 한화큐셀을 한국·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태양광 분야 1위 기업에 올려놓았다. 2020년에는 한화케미칼·큐셀·첨단소재 등을 합친 한화솔루션을 출범시키며 '그린에너지' 기업의 꿈을 입사 10년 만에 바짝 앞당겼다.

한화솔루션의 작년 매출은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원래 한화의 주력이었던 방위산업 매출이 5조원 규모에 머무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룹 사업의 무게중심이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30대 나이의 김 사장이 한화솔루션의 성장을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김 사장은 상당히 긴 호흡을 갖고 전략적 판단을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인수·합병(M&A)도 최근 몇 년간 매우 공격적으로만 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매력적인 매물이라도 가격이 안 맞으면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태양광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소비자 서비스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또 다른 부분이 이사회 구성이다. 김 사장은 사외이사진을 외국인 2명을 포함해 기업인 위주로 구성했고, M&A·해외투자 등과 관련해 실질적 조언을 구해왔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전직 관료나 교수 등을 선임해 이사회 안건에 대한 '거수기' 역할을 요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화솔루션 이사회 관계자는 "사외이사 의견에 따라 지역별 투자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중국 사업 관련 투자 시기를 재조정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사장은 일에 묻혀 사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임직원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인다. 업무 현안을 논의할 때 직접 얼굴을 보고 토론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를 직접 찾아가 물어보기도 한다.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그가 이끄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2020년부터 직급·업무에 상관없이 '자율좌석제'를 운영 중이다. 부장급 이하 직원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을 세계적인 태양광 에너지 기업으로 육성한 그는 2020년 (주)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임하면서 그룹의 '본류(本流)'라 할 수 있는 방위 사업의 미래 전략을 짜는 역할까지 맡았다. 올해 3월에는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김 사장이 한화 방산 사업의 미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대신에 그는 '우주'를 강조해왔다. 김 사장은 작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방산 계열사 엔지니어들을 한데 모은 태스크포스(TF)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으로 취임하면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산업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나서겠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 계열사 중 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엔진을 제작했고,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맡고 있다. UAM 역시 위성통신·GPS·안테나 등 우주 관련 기술과 시너지가 이뤄질 수 있는 분야다. 그러면서 전통적 방산업체로는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발사대와 K9 자주포 등을 생산·수출하는 한화디펜스만이 남았다.

'그린에너지'에 이은 두 번째 키워드로 '스페이스(Space)'를 제시한 김 사장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우주 사업을 키워나갈지, 또 그 과정에서 한화 방산의 역할을 어떤 식으로 재편할지가 한화의 향후 10년에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영어 통역장교 중 최고 실력으로 유명…세계 곳곳 인맥 포진·WEF 영리더에 선정


"통역이라는 게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도 잘해야 하고 순발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동관 중위는 통역 실력이 탁월했다."

조백상 전 주선양 총영사가 기억하는 공군 통역장교 시절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2009년 조 전 총영사가 국방부에서 국제정책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김 사장은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해외 유명 대학 출신이 대부분인 공군 통역장교 중에서도 국방장관·합참의장·국제정책관 담당 장교는 최고의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다. 조 전 총영사가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갔는데 어떻게 한국어도 잘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어머니(서영민 씨)가 만화책을 보는 한이 있어도 절대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답했다.

김 사장은 군 생활 중 통역장교로 일한 동료들을 눈여겨봤고, 그중 일부는 김 사장과 함께 한화에 입사해 한화큐셀을 이끌기도 했다.

김 사장은 미국의 명문 기숙 고등학교인 세인트폴을 졸업해 국내외에 화려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세인트폴 출신이다.

함께 하버드대 생활을 했던 동문으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김 사장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대표와 친분을 맺었다. 이 대표는 "동관이 형은 같이 모여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 주짓수 동호회 활동을 함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한화에 합류한 2010년부터 매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세계 리더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으며 차세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다보스 특사단' 멤버로 합류해 민간 외교 활동을 펼쳤다.

▶▶ 김동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중 장남으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둘째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셋째는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다. 중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는 미국 명문 사립인 세인트폴을 졸업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공군 통역장교를 거쳐 2010년 (주)한화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큐셀 영업실장,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같은 해 (주)한화 전략부문장까지 겸임하며 우주를 비롯한 그룹 미래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입사 동기와 10년 연애한 끝에 2019년 결혼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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