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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낙태권 금지하는 州 늘어나… 11월 중간선거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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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판결 후폭풍

보수성향 26개주 금지 전망 속

켄터키·루이지애나 등 즉각 시행

공화 “수많은 아이들 구한 판결”

민주당, 중간선거서 지지 호소

“의회서 판결 복구할 수 있어”

바이든, 총기규제법 서명 마쳐

세계일보

찬반시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여성 권리를 주장하며 피켓을 든 낙태 찬성 시위대 앞에서 낙태 반대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태아 생명권 옹호를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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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리를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함으로써 미국이 둘로 쪼개졌다.

미국 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대한 심리에서 1973년 이래 유지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었다. 임신 24주 내 낙태를 합법으로 규정한 이 판결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1992년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됐다. 대법은 이날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판결을 폐기할지에 대한 표결에서 5대 4로 폐기를 결정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방법으로 보장되던 낙태권은 주(州)별로 개별 판단하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낙태 허용 여부를 각 주 차원에서 결정하게 되면서 미국 50개 중 보수 성향인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전망이다.

26개주 중 13개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을 마련해 놓았다. 이 조항에 따라 아이다호·테네시·텍사스주는 30일 뒤부터 낙태가 금지된다. 사우스다코타·루이지애나·켄터키는 낙태 금지법이 즉시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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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주는 낙태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주 주지사들은 “낙태권을 보장하고, 원정 낙태를 오는 여성들을 돕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며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고 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것이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중간선거 쟁점화에 나섰다. “여성의 선택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의회가 연방법으로 판결을 복구하는 길 외에는 없다”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는 “만약 의회가 이(낙태권)를 지킬 수 있는 의석에 이르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올가을 여러분은 여성의 권리를 연방법으로 지킬 수 있는 더 많은 상·하원 의원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며 “올가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투표장에 서게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대법 판결에 반발하면서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의원 후보인 존 페터먼 펜실베이니아주 부주지사는 “이 판결은 틀렸다”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를 상원으로 보내면, 로 대 웨이드 법의 성문화를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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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권 폐지 “환영”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대법원 앞에 모인 낙태 반대론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서로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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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대체로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원 내 공화당 3인자인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은 “오늘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은 생명의 신성함을 위한 승리”라며 “이 판결은 수많은 무고한 어린이들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중도파 공화당 의원들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온건파인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 의원은 “여성의 자율성과 인간 생명 모두 존중해야 한다”며 “두 가치를 조율할 수 있는 새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의 이번 판결 폐기에 이어 피임, 동성혼과 관련한 기존 판결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은 전날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보충 입장에서 3가지 판례를 언급했다. 그는 △1965년 피임권을 확립한 그리스월드 대 코네티컷 △2003년 동성과의 성관계 처벌에 위헌 결정을 내린 로렌스 대 텍사스 △2015년 동성혼을 합법화한 오버게펠 대 호지스 판례와 관련해 “이러한 판례에서 확립된 오류를 수정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낙태 문제와 함께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인 총기 규제는 상원에 이어 24일 하원 관문까지 통과했다. 의회를 통과한 총기 규제는 25일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서명까지 마쳤다. 이 법안에는 18~21세가 총기를 구매할 시 범죄와 정신 건강 기록을 포함해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가 열리는 독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하며 “(이 법안이)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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