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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값 1300원' 시대 개막...경제 위기의 시작이냐, 뉴노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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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달러값 1300원'은 위기를 부르는 공식으로 여겨졌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을 넘어 약세를 이어간 건 세 차례 뿐이었다.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등 모두 대내외 위기상황 때 원화값은 자유 낙하했다.

지난 23일 원화값이 12년 11개월 만에 달러당 1301.8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떨어지는 원화가치를 두고 과거처럼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면 달러값1300원이 미국의 '슈퍼 긴축'에 따른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란 해석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과거와는 다르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화가치 하락이 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정부는 “과거와는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는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고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급등시키면서 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큰 흐름에서 주변국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달러값) 1300원 자체를 경제 위기 상황의 증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라진 달러 인덱스 수준에 주목한다.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준다. 달러인덱스가 높을수록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24일 기준 달러 지수는 104.12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값이 1300원대에 머물던 지난 2009년 80대 중반에 머물던 달러 인덱스가 100을 이미 넘어섰다”며 “(높아진) 달러 가치에 비교해보면,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위기나 비이성적인 수준이 아닌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달러값이 1300원 수준까지 상승한 배경에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급격한 약화 혹은 붕괴보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강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 수급 요건 악화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나쁘지 않다.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 금융자산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6960억 달러였다. 대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던 세계금융위기 당시였던 2007년 3분기(–2166억 달러)와 격차가 크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하게 유출될 수 있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비율 역시 낮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준비자산대비 단기외채 비율(38.2%)과 대외채무대비 단기외채 비중(26.7%)이다. 세계금융위기 당시이던 2008년에는 단기외채 비율은 70%를 단기외채 비중은 50%를 넘어섰었다.



일본 영국 보다 덜 떨어진 원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 가치 하락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8.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14.6%)와 영국 파운드화(-9.0%) 등보다는 낮고 중국 위안화(-4.8%)와 대만 달러(-6.9%) 등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달러값 1300원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은 데다 원자재 값 급등에 원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급등할 수 있어서다. 기업과 가계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약세의 이점을 누리려면 수출 자체가 좋아야 하지만, 수출을 좌우하는 세계 경기가 후퇴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환율은 상대적이라 유로화는 원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엔화는 더 떨어진 상황이라 국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오히려 원자재나 기계 자본재 수입하는 비용이 올라가 기업들의 어려움만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달러값 1300원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미국의 긴축 기조가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 약세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내년까지도 좋지 않은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1350원까지 내려갈 수도…원화 약세 내년까지 갈 수 있어



원화가치가 1300원을 넘어서 1350원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이끌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원화값이 달러당 1350원까지 내려간 뒤 오는 9월 이후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석현 연구원도 “원화 값이 달러당 1350원까지 밀릴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달러값 1300원이 '위기'는 아니라도 '위기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현재 원화 약세는 금융시장의 위기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실물경제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미 금리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수출과 경기 둔화 등 실물경제의 후퇴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현 환율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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