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증시 불안 핵심은 경기침체…반등해도 조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한겨레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과 직전 고점을 넘어선 전년 동월 대비 8.6%로 발표된 이후, 글로벌 주식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발표 전후 나흘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10% 넘게 떨어졌고, 변동성 지수도 급등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가 발표된 지난 10일(현지시각) 이후 코스피가 10% 정도 떨어졌다. 이후 추가적인 하락을 멈추고 소폭 반등했지만, 변동성이 큰 불안한 증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불안의 핵심은 경기 침체다. 투자자들이 높은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더 빠르고 강한 긴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런 선택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오일쇼크가 지나간 1982년 이후에 5차례의 의미 있는 통화긴축 기간이 있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리 인상폭이 컸던 대부분의 시기에 경기가 위축됐고 이 중 네 번은 공식적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코로나19가 있었던 2020년의 사례를 제외해도 매우 높은 비율로 경기 침체가 나타났던 것이다.

한겨레

특히 최근 물가가 1970년대~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결과가 경기 침체일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월간 상승률의 평균치 정도로 물가가 오를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가을까지 8~9%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5%대까지 오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6%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재 양국의 정책금리 1.7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연준과 한국은행은 물가를 목표치에 근접시키기 위한 정책금리를 적어도 4%와 3%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미국 연준의 경우 양적 긴축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금리뿐 아니라 시장금리의 상승 추세도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뿐 아니라 높은 물가 수준은 그 자체로 이미 글로벌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여름에 휴가 여행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수는 미국인의 40%, 유럽인의 29%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이들 중 70% 이상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절약한다는 이유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코로나19의 위험을 이유로 들은 응답자는 10%대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가계가 이번 여름을 앞두고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의 위험에 대비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고물가와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기업에도 큰 부담이다. 겉으로 보면 가격 효과와 일부 에너지 산업의 실적 호전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원가 상승과 이자 비용 증가에 취약한 많은 기업들의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이미 미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중 에너지 등 일부 업종의 실적 전망은 상향되고 있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하향 조정 중이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긴축이 지속될 경우, 실적 추정치의 하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나마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가 안정된다면 긴축 속도가 줄며 금리 하락과 함께 주식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하락도 막힐 수 있다. 코스피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로 역사적으로 볼 때 비싸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는 요인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하고 있으며, 넘치는 유동성 환경에서 오른 부동산 가격과 상승 중인 임금도 순차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환경이 되면 중앙은행이 고물가를 용인하며 경기 방어에 나설 것이고, 주가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질 임금이 유지되기만 하면 고물가 문제는 크지 않다는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1970년대 이런 관점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무시한 완화 정책은 그 이후 더 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기 침체를 감수하는 긴축으로 마무리됐다. 주가 지수가 이미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고 간헐적으로 반등하겠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적극적인 주식 투자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