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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슬로 게이바 총기 난사로 2명 사망…다양성의 나라 노르웨이, 충격 속 연대 의지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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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과 꽃들이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2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게이바 ‘런던펍’ 주변에 늘어져 있다. 오슬로|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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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에서 25일(현지시간) 새벽 이슬람 테러 공격으로 추정되는 총기 난사가 벌어져 최소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날 사건이 성소수자 거리행진(프라이드) 행사를 몇시간 앞둔 시점에 게이바에서 벌이진 점 등을 이유로 혐오범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노르웨이는 사건의 충격 속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연대 의지를 다졌다.

현지 공영방송 NRK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14분쯤 도심의 유명 게이바인 ‘런던펍’을 비롯해 인근 3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 총격으로 50대 남성 한 명과 6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10명은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부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범은 몇몇 사람들에게 조준 사격을 했으며, 부상자 중에는 머리를 다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1년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오슬로 도심과 인근 우토야섬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래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채 한 시간도 안 돼 클럽 인근에서 총격범을 살인, 살인미수, 테러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현지매체들은 총격범은 42세 이란 쿠르드족 출신 노르웨이 국적 남성으로 유년 시절 노르웨이에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 정보기관인 경찰치안국(PST)은 이번 공격을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총격범은 폭력 전과가 있으며 정신 건강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로게르 베르그 PST 대테러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PST는 2015년 처음 총격범을 알게 됐다면서 총격범은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네트워크의 일원이라고 설명했다.

총격범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확한 범행도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소수자 혐오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경찰은 혐오범죄로 볼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이날 사건 발생 몇시간 뒤 열릴 예정이었던 프라이드 행사도 공격 대상이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프라이드 행사 주최 측은 경찰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PST는 테러 경계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비상’으로 올렸다. 노르웨이 당국은 보통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 현지 경찰들에게 무장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테러 경보 발령에도 이날 사건 현장 인근에는 수천 명이 연대의 뜻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가 퀴어(성소수자)다.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한 50대 여성은 AFP통신에 “이런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우리가 행진하지 않으면 그(총격범)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거리행진 지지와 사건 희생자 애도가 잇따랐다.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은 이날 “우리는 자유, 다양성, 서로에 대한 존중을 지키기 위해 함께 서야 한다”며 행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증오에 맞서 함께 연대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소수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총격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의 마음은 희생자들과 성소수자,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가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그간 성소수자 수용에 앞장서왔다. 노르웨이 정부는 1993년 덴마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했으며, 지난 4월에는 남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법률 폐지 50주년을 맞아 성소수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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