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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BTS 뷔, 내 뮤지컬 지킬박사 역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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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제는 이 남자의 음악을 듣지 않고 한국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웃는 남자' '마타하리' '데스노트'에 지방 투어 중인 '지킬 앤 하이드'까지 현재 뮤지컬을 4개나 무대에 올리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3)의 이야기다.

지난 23일 방한 중 인터뷰에 나선 그는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라는 말에 껄껄 웃으며 "하루에 공연 4개면 한국에서 매일 7000명에서 8000명에 달하는 분들이 내 음악을 듣는 것"이라며 "그 많은 이에게 음악으로 작게나마 감동과 추억을 드릴 수 있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21일 '웃는 남자' 공연에서 기자의 뒷자리에 앉았던 그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함에도 시종일관 주위를 둘러보고, 박효신의 노래에 몸을 들썩거리며 즐거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팝을 거쳐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팀의 모자를 쓰고 있던 와일드혼은 "10대 시절에는 미식축구를 하고, 플로리다 해변에서 안전요원 일도 했다가 여자의 마음을 사려면 음악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은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1981년부터 팝 작곡을 하며 성공을 해서 뮤지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고 돌아봤다.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 등을 작곡하며 얻은 수익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 기간에 뉴욕에서 사는 것은 스티븐 킹 공포영화 속에서 사는 것처럼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매일 앰뷸런스 소리를 들었고, 내 공연이 취소된 것도 300편이 넘었다"며 한숨을 내쉰 와일드혼은 "이렇게 해외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온 것이고,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공연은 그가 특히 원하던 일이었다. 와일드혼은 "'웃는 남자'를 준비하며 박효신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런 목소리를 위한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면서 "'웃는 남자'에서 '모두의 세상' '그 눈을 떠' '웃는 남자' 등을 이어지듯 부르는 것은 거의 오페라 수준"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와일드혼은 앞으로 한국 배우들과 브로드웨이에 가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박효신이 '그 눈을 떠'를 부르거나 옥주현이 '마타하리'에서 '마지막 순간'을 부를 때, 내 한국 동생이나 다름없는 김준수가 홍광호를 향해 서로 소리칠 때는 포효하는 호랑이들을 보는 듯 가슴이 뛴다"며 "한국 배우들은 영어만 할 수 있다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와일드혼은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투로 "방탄소년단(BTS) 뷔가 '지금 이 순간'을 부르는 영상을 봤다. 앞으로 개인 활동도 한다는데 내가 지킬 역할을 제안한다고 전해 달라"며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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