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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개도국 맏형’ 자임하며 세 규합하는 중국…서방 선진국 대항 전선 구축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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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화상으로 진행된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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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동맹 강화에 맞서 개발도상국간 협력을 무기화하고 있다. 개도국 발전을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해 대중국 포위망에 대항하려는 시도다. 중국이 최근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와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는 그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 24일 열린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에는 브릭스 5개 회원국을 비롯해 모두 18개 나라 정상이 참석했다.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는 중국이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를 확대하기 위해 제안한 ‘브릭스 플러스(+)’ 구상을 구체화하는 성격의 정상간 대화 자리였다. 브릭스 플러스 구상에는 신흥국과 개도국들을 브릭스의 틀 안에 끌어들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항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이 구상에 참여하게 될 국가들의 면면 또한 관심 대상이다. 브릭스 플러스 참여가 유력한 이번 회의 참가국을 보면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참가국 중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시 주석은 이들 국가 정상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면서 ‘발전’이라는 화두를 내세워 개도국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위급 대담회 연설에서 “우리는 공동으로 발전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어떤 나라는 발전 의제를 정치화·주변화하고 작은 울타리에 높은 담을 친 채 극한의 제재를 가하며 인위적으로 분열과 대항을 조성한다”고 미국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개도국 대가족의 일원이었고 신흥 시장국과 개도국 경제는 이미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남남협력(개도국간 협력) 원조기금을 ‘글로벌 발전과 남남협력기금’으로 통합해 10억달러(약 1조3000원)를 증자하는 등 글로벌 개발 협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개도국으로서 맏형 역할을 자임하면서 지원 확대라는 ‘당근책’으로 개도국들을 유인하고 브릭스의 외연을 넓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와 대중국 포위망에 맞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와 고위급 대담회를 통해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일단 브릭스 정상들이 회원 확대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10여개 국가를 끌어모아 세력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잇따라 열리는 미국 주도의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5일 사설에서 “브릭스는 개방과 포용, 협력과 상생의 정신으로 진정한 다자주의를 보여줬고, 브릭스 플러스 협력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태국, 인도네시아)도 포함됐다”며 “이는 미국과 서방국이 G7과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소그룹을 형성해 벽을 쌓고 계층적 진영을 구축하려는 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정한 성과에도 중국이 브릭스를 대미 견제용 다자 협력 틀로 확대·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브릭스 회원국으로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가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있고, 향후 브릭스 플러스에 참여하는 국가들도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IPEF 참여국 등을 자국 주도 협력 틀에 끌어들여 미국 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것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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