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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미 90시간 근무"…52시간제 개편 "악덕 사장에 도끼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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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52시간제 개편되면, 92시간까지 일할수도"

"포괄임금제 악용부터 규제하고 처벌해야"

노컷뉴스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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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올해 입사한 A씨는 8시까지 출근해 밤 11시 30분에 퇴근한다. 하루 16시간씩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90시간 일했지만, 회사는 연봉에 야근수당이 포함돼 있다면서 야근 식대 1만원과 택시비만 지원했다. 임금명세서에는 야근수당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회사는 포괄임금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B씨는 초고강도 노동인 일명 '크런치 모드' 관행을 겪었다. 개발이 끝날 때까지 회사는 주말과 휴일에도 출근하도록 하지만 별도 수당은 없었다.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제란 말은 없지만 당연하게 이뤄졌다. B씨는 '말이 되는거냐'고 했다.

26일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 이미 포괄임금제를 악용해온 사용자에게 '주 92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게 한다며 비판했다. 이미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면서도 수당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정부의 계획으로 초과근로수당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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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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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부는 지난 23일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노동시간을 '월 단위'로 바꿔 일주일에 초과 근무를 12시간 이상 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발표 내용은 한 주 최대 12시간 가능한 연장 근로를 한 달을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 주에 최대 52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이 92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단체는 전망한다. 한 달 기준 최대 연장 근로시간인 52.1시간(주당 12시간을 연평균인 월별 4.3주에 곱한 수치)을 특정 한 주에 몰아서 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 간 합의가 있을 때 유효하지만 사용자들이 추가 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악용하고 있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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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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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정부 '주92시간제'는 이미 악질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법"이라며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악덕 사장이 오른손에 포괄임금제라는 칼을 들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사용자의 왼손에 '주92시간'이라는 도끼를 주려한다"며 주92시간제 도입이 아니라 불법과 편법인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어디까지나 감시단속적 근로와 같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포괄임금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며 "이런 실정에서 연장근로 시간까지 월 단위로 보겠다는 것은 초과근로 수당 자체를 아예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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