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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풀소유’ 논란 혜민스님, 2년 만에 밝힌 근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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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혜민스님.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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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뷰 저택 공개에 이어 미국 뉴욕 아파트 구매 의혹까지 받아 ‘풀(full)소유’ 논란에 휩싸였던 혜민스님의 근황이 전해졌다. 당시 비판 여론에 사과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약 2년 만이다.

그의 근황은 지난달 4일 법보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알려졌다. 혜민스님은 ‘힘내라 우크라이나!’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자신이 독일 베를린과 폴란드 바르샤바를 오가며 구호단체들과 전쟁 난민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을 상세히 나열했고 현지에서 만난 난민들과의 대화를 옮기기도 했다.

혜민스님은 “전쟁이 임박했다는 미국 정부의 경고에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설마 그럴 리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했다”며 “결국 러시아 폭격이 시작되고서야 단 몇 시간 안에 짐을 싸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많은 국민이 한꺼번에 국경 지역으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난민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하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기부하고 지지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웠다”며 “난민 구호품을 우송할 수 있는 고려인 네트워크를 찾아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고려인이 우크라이나 사람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말을 거의 못했지만 그가 처한 상황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 “난민들에게 식료품 구조 물자를 전달했는데 우리에게 다가와 고맙다는 말을 했다. 더 크게 못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며 “특히 전쟁 통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닌가 생각됐다. 우크라이나 언어로 된 책과 티셔츠, 가방을 선물했는데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마음이 복잡하게 울렸다”고 덧붙였다.

혜민스님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지금 전쟁이 끝나면 수년 내로 러시아가 또다시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지금 바로 끝나기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도움을 주는 상황을 잘 활용해 러시아가 또 다시 전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자국의 피해가 계속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긴 미래를 보고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사실 생명은 우크라이나 사람이든 러시아 사람이든 똑같이 소중하다. 만약 한 사람이 내 눈앞에 쓰러져 있다면 어느 나라 사람인가를 분별하지 않고 주저 없이 그를 도울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전쟁만을 두고 본다면 분명 우크라이나가 약자다. 러시아 푸틴은 힘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전쟁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는 데 마음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 ‘남산뷰’ ‘리버뷰’ 논란에… “무소유 아닌 ‘풀소유’”

앞서 혜민스님은 2020년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저택을 공개했다가 대중의 분노를 샀다. 그가 평소 무소유의 삶을 강조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인기 강연자 등으로 유명세를 누려왔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상에는 “무소유가 아니라 모든 걸 가진 ‘풀(full)소유’”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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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 /tvN '온앤오프'


이후 논란은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혜민스님의 미국 이름으로 된 부동산 등기 이력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문제가 된 건물 역시 수영장과 헬스시설이 마련된 30층짜리 아파트였고 주변에 흐르는 이스트강(East River)을 볼 수 있는 ‘리버뷰’ 조망권을 갖고 있었다.

당시 등기 이력에 따르면 2011년 매입 이후 별도의 매도 기록이 없었는데, 이는 혜민스님이 ‘승려법’을 어겼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했다. 그는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으며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고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식 승려가 됐다. 조계종은 종단 법령인 승려법으로 소속 승려가 종단 공익이나 중생 구제 목적 외 개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리는 현각스님이 혜민스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파장은 또 커졌다. 당시 현각스님은 “속지마. 연예인 뿐이다.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일 뿐”이라는 글을 썼다.

결국 혜민스님은 같은 해 12월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 생각했다”며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께 불편함을 드렸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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