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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합시론] '미·중 충돌' 속 나토 정상회의 참석하는 尹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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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격려 인사말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ㆍ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6.24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정상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의 자격으로 이 회의에 초청됐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다. 회의 기간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께로 조율 중인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비롯해 10여 개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 등을 소화하며 공조와 협력을 모색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이 중심이 된 다자 안보 기구인 나토 회의에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처음 참석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글로벌공급망을 비롯한 경제 안보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이 심화하는 대전환기에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일이어서다. 특히 한국의 참석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터라 더욱 그러하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 충돌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북대서양의 지리적 범주가 아니다"라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 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며 "이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간 글로벌 안보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와 아·태 지역 국가 간 협력 모색에 중국이 고도의 경계심을 표출하며 양국 갈등이 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가치연대 강화와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이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 배경이라며 '반중·반러 정책의 고착화'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경제위기 징후, 신냉전 가능성 등 국제질서가 시시각각 급변하는 작금의 상황은 외교 저변의 확장을 요청한다. 나토와의 포괄적인 협력 모색도 그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주변국의 독자적 외교 판단에 노골적인 반대입장을 밝히며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나토가 아·태 지역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행보에 대한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완전히 경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군사동맹인 나토가 한국 등을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평가하고 대처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라는 달라진 국제질서를 반영해 나토의 관심과 대응의 범위를 종전의 러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등 역외로 넓힐 것임을 공식화하는 행보여서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결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며 미국 주도의 역내 질서 재편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지정학적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우리의 행보가 '반(反) 중국' 기조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미·중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외교적 시험대에 서게 된 셈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5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이 조율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한·일 양자 대면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의 최대 난제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민관 합동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양국 조야에서 관계 복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점에 주목한다. 우선 나토 정상회의 무대가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양국 정상은 약식회담(풀 어사이드 회담)을 통해서라도 일단 신뢰를 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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