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 없애고 ‘폐기물수거작업’ 나선 3선 자치단체장...이유는?

대전 중구청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오후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환경관리요원과 함께 소파를 수거 차량 쪽으로 들어나르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지난 24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산성동.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65)이 중구 소속 환경관리요원 6명과 함께 폐기물 수거 작업에 나섰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내내 소파·가구 등 대형폐기물을 직접 들어 수거 차량에 싣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게 구청장으로서의 마지막 업무입니다. 퇴임식은 직원들을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해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형 폐기물 수거 작업이 퇴임식이 된 셈이죠.”

작업 현장에는 소파·회전의자·가구 등 많은 대형 폐기물이 나와있었다. 박 구청장은 “너무 무거운 폐기물은 다른 환경관리요원들과 함께 들어 수거 차량에 싣고는 했다”면서 “공동작업을 하니까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3차례(12년) 구청장 직을 지켰다. 그가 폐기물 수거 작업을 마지막 업무로 정한 데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처음 구청장 자리에 오를 때의 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고 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폐기물 수거를 마지막 업무로 선정했어요.”

2010년 박 구청장이 취임할 당시 중구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박 구청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건전화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형폐기물처리 업무를 구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었다. 박 구청장은 “대형폐기물 처리 업무를 외부위탁 업체에 맡기지 않고 구가 직접 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대형 폐기물 처리 위탁업체와 이미 체결돼 있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부터는 구 소속인 환경관리요원들에게 직접 수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환경관리요원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면서 나도 매월 1차례씩 환경관리요원들과 함께 직접 대형폐기물 수거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밝혔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대전 중구 산성동 일대에서 대형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그의 대형쓰레기 수거작업은 10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대형폐기물 처리에도 ‘도사’가 됐다. 그는 “가구의 경우 몇번의 간단한 동작으로 문짝이나 뒷판을 떼어내서 부피를 줄이는 노하우 등을 익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폐기물 수거 현장에서 10년 동안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환경관리요원이나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생생한 민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행정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대전에서 12년 동안 3선 자치단체장으로 일을 한 것은 박 구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깨끗하고 부지런한 구청장’, ‘약속을 지키며 초심을 잃지 않는 구청장’, ‘살림 잘한 구청장’이 되고자했던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업무를 마친 박 구청장은 27~30일까지는 남은 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버려진 의자를 대형폐기물 수거차량 쪽으로 나르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박 구청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전산업대(현 한밭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전시의원을 거쳐 2010년부터 12년 동안 구청장 일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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