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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대장만 보고 11억 부과…법원, '탁상행정'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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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과 실거주 세대 수 상당한 차이…직접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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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대장만을 근거로 재개발 구역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지방자치단체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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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거주 실태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건축물대장만을 근거로 재개발 구역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지방자치단체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교용지부담금이란 안정적인 학교용지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물리며 공립학교의 학교용지 확보를 위한 경비로 쓰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기타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조합은 2012년 서울 은평구 일대에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다. 2012년 4월 은평구에서 재개발 사업 조합설립인가를, 2020년 9월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각각 받았다. 공급 주택 세대수는 1464세대 규모다. 은평구청은 "신규 주택이 공급돼 향후 학교 신설 또는 중축을 위한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며 A 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 11억 88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A 조합은 은평구청의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꾸준히 줄어 학교 신설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는데도 이를 무시해 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증가 세대수' 산정이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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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기타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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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는 주택 사업으로 학교용지 수요가 증가한다고 보고 사업시행자에게 신설 학교용지부담금을 부담시켰다. 하지만 취학 수요가 늘어난다는 근거는 없었다. 재개발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된다. 재판부는 신축 공동주택이 기존 노후한 다가구주택을 대체해 오히려 세대수가 감소할 가능성을 짚었다.

은평구의 조사 과정도 부실했다고 꼬집었다. 다가구주택은 건축허가 내지 건축물대장을 기준으로 기존 세대수를 산정했다. 건축물대장이 작성된 이후 해당 건축물에 실제로 거주하는 세대수는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세대 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독립적 가구 수를 직접 조사하거나 전체 주택 가운데 다가구주택이 차지하는 비중, 다가구주택 거주 인원 구성 분포를 파악하는 등 면밀한 검토 과정은 없었다. 재판부는 "건축물대장 기재만을 기준으로 세대수를 조사한 결과의 진실성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취학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A 조합 측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정비구역의 취학인구는 2015~2019년 감소 추세였으나 2020년부터 다시 증가해 학교용지법이 정한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면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일대는 동시다발적으로 주택건설을 위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효과가 취학 인구에 영향을 미친 점에 비춰 향후 학교 신설 수요 증가를 합리적 예상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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