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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년 새 원두값 두 배 오르고 환율은 1300원... 시름 깊어진 커피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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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국제원료가격이 최근 2년 새 급등하면서 커피 제품 제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료 가격이 오르지만 제품 가격 인상은 쉽지 않아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커피 제조업체들은 통상 선물(先物) 거래를 통해 원두를 미리 구입해 현재까지는 원재료비 급등의 영향을 일부 피해왔지만,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가 커피 가격 안정을 위해 생두 수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선 이미 부가세 환급을 받고 있어 실효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조선비즈

커피 원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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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커피 국제원료가격은 최근 2년 새 급등했다.

아라비카 원두의 국제원료가격은 2020년 1톤(t) 당 2455.48달러였지만, 2022년 5071.24달러로 107% 올랐다. 로부스터 원두도 같은기간 톤당 1293.37달러에서 2181.94달러로 69% 올랐다.

생두를 수입해 커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의 매출원가율(총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도 영향을 받고 있다.

동서식품의 지난 2020년 매출액은 약 1조5520억원이었고, 매출원가는 약 9175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은 59%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에는 매출액 약 1조5495억원, 매출원가 약 9444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61%로 늘었다.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당기제품제조원가가 306억원으로 직전년도 229억원에 비해 약 34% 증가했다.

이디야커피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부분도 한 사유”라고 했다. 다만 “큰 폭으로 오른 부분은 제품 생산을 위한 드림팩토리가 2020년 4월 가동되면서 1~3월 부분은 내역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치가 작았던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업체들은 통상 원두는 연 단위로 선물 거래를 통해 매입하기 때문에 당장은 매출원가 상승이 크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높은 원두 가격이 계속되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다 1300원까지 오른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원두 수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 국제상품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커피 선물의 최근 월물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1파운드 당 232.45센트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5월 10일 최저치인 86.65센트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2월 31일 137.45센트로 오르더니 이후 급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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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기준 커피 선물 가격 추이. /네이버 증권 캡처



동서식품은 올해 초 맥심 모카골드 등 커피믹스 출고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지난 2014년 7월 이후 8년 만의 인상이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하지만 (제품이 팔리면)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기존보다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문제가 있지만 손쓸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미 올초 한차례 가격을 인상했기에 또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높은 원재료 가격이 지속된다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셈이다.

이디야커피도 스틱원두커피 ‘비니스트’ 제품에 대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커피보다 판매가에 원두 가격 비중이 크다”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은 분명 있지만 해당 원가 상승 분은 회사에서 떠안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커피 가격을 잡겠다며 생두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정부는 “부가세 면제로 원가 9.1%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생두를 수입해 가공하는 주요 커피 제조업체들은 이미 부가세를 환급받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두 뿐 아니라 수입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수입 할당관세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것은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더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물가상승)은 이미 진행 중인 부분이기에 정부도 가격을 낮출 힘은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겠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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