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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작뱅’ 이병규가 ‘3번째’ 이병규에게…“이름의 기운 듬뿍 받아가길”[SP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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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이름의 기(氣)가 좋지 않습니까, 하하.”

과거 KBO리그에는 두 명의 ‘이병규’가 함께 활약한 적이 있었다. 먼저 1974년생 ‘적토마’ 이병규. 장충고와 단국대를 나온 이병규는 1997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프로야구 역사상 손꼽히는 타격 능력을 앞세워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진출 시기였던 2007~2009년을 제외하고, 이병규는 LG에서만 2016년까지 뛰면서 KBO리그 통산 1741경기 타율 0.311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또, 다수의 국제대회에서도 중심타자를 맡아 한국야구를 빛냈다.

그런데 2006년 LG에는 이병규와 이름도 같고 포지션도 같은 동명이인 후배가 등장했다. 1983년생 이병규였다.

경북고와 한양대를 거친 이병규는 타고난 방망이를 내세워 LG의 대표적인 외야수 겸 대타 자원으로 활약했다. 이어 2018년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지난해까지 통산 835경기 타율 0.278 75홈런 366타점 344득점을 남기고 은퇴했다.

그리고 올 시즌 또 하나의 이병규가 KBO리그로 등장했다. 바로 1994년생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병규다.

배재고와 송원대를 나온 이병규는 2017년 입단 후 큰 빛을 보지 못했다. 대신 일찌감치 병역의 의무를 마쳤고, 지난해 키움으로 돌아와 1군 도약의 꿈을 키웠다.

올 시즌 1군과 2군을 번갈아 오갔던 이병규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그토록 그리던 프로 첫 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만루에서 원태인을 상대로 싹쓸이 중월 3루타를 때려내고 6-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렇게 인상적인 첫 안타를 기록한 이병규는 바로 다음날인 24일 사직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였을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롯데에선 1983년생 이병규 2군 타격코치가 1군 타격보조코치로 올라왔다. 두 이병규의 만남이었다.

2차전이 열린 25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 코치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후배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평소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처럼 “후배가 나 말고 이병규 선배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물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 코치는 “입단 후 빠르게 군 복무를 마치고 어렵게 첫 안타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웃고는 “이병규란 이름의 기운이 좋지 않나.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뛰었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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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코치는 은퇴할 때까지 선배 이병규의 그림자와 싸워야 했다. 언제나 ‘제2의 이병규’라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소속팀마저 겹치면서 남모를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또, 이 둘에게 붙여진 ‘큰뱅(큰 이병규)’과 ‘작뱅(작은 이병규)’라는 별명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코치는 “사실 언젠가 한 번은 이병규 선배가 내게 ‘이름을 바꿔볼 생각이 없느냐’고도 물어보셨다. 자신과 이름이 같아서 생긴 압박감을 걱정하셨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나는 오히려 ‘선배와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답했다”고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이제 3번째 이병규가 된 키움 이병규에게도 앞으로 같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코치는 “부담을 느끼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한다면 프로에서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믿는다”면서 후배의 앞날을 응원했다.

그렇다면 대선배의 따뜻한 메시지를 받은 후배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선배의 응원 소식을 접한 이병규는 “코치님께서 내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이병규라는 이름과 걸맞은 활약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또, 더 많은 팬들이 키움 이병규를 기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사실 어릴 때는 야구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서 이름으로 주목받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프로 첫 안타를 기록했으니까 선배들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 야구부가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처음으로 배트를 잡았다는 이병규는 안타를 칠 때의 쾌감에 빠져들어 정식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배재고 3학년 당시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송원대로 진학했고, 2017년 어렵게 키움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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