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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서울대 인공지능 표절 논문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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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팀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고 학회 'CVPR 2022'에 표절 논문을 제출해 학회 측과 각국 연구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VPR은 '컴퓨터 비전과 패턴 인식'(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의 약자로 AI와 머신러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학회로 꼽힙니다.

CVPR 2022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됐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이 학회에 '신경망 확률미분방정식을 통해 비동기 이벤트를 빠르게 연속적인 비디오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기법'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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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분야 학회인 미국 CVPR(6월 19~24일)에 제출된 서울대 표절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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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우수 발표 논문(ORAL)으로 선정돼 지난 23일 오후 세계 연구자들 앞에서 공식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표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서울대 논문 속 영문 표현과 수식이 인용 표시 없이 과거 논문들과 똑같다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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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문의 표절 부분 (유튜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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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문은 2018년 미국 버클리대학 논문, 2019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202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논문 등 10편 안팎에 이릅니다.

논란이 확대되자 CVPR 측은 트위터에 '표절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고, 세계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서울대 논문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으며 논문 게재도 철회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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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PR 학회 트위터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표절 조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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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1저자인 서울대 박사과정 김 모 연구원과 다른 공동저자 3명은 유튜브 영상 댓글을 통해 표절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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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올라온 표절 논문 제1저자 김 모 연구원의 사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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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논문의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면서 "어떠한 변명도 없이 모든 징계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연구원들도 "제1저자가 논문의 주요 내용을 작성했는데, 이후 공동저자로서 표절을 잡아내지 못했다"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는 서울대 인공지능 연구소 윤성로 교수로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1일 과학기술부가 연간 8억 원 안팎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러더 연구자'에 선정됐습니다.

국내에 남아 있던 윤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표절 사실을 확인한 뒤 CVPR에 논문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며 "김 연구원이 귀국하면 서울대에서도 징계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교수는 이어 "교신저자였지만, 발표 전까지 표절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1저자인 김 연구원이 공동저자들과 함께 쓴 글 대신 여러 논문의 내용을 베낀 다른 글을 논문에 넣었다"고도 밝혔습니다.

윤 교수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김 모 연구원의 예비 논문 2편도 철회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연구자들은 SNS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쓰레기 같은 행동" "머신러닝 쪽 논문이 물건 찍어내기식으로 작성되다 벌어진 사건"이라는 등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일부에선 이번 사건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복제 배아 줄기세포 논문을 세계 주요 과학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으나, 이후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 서울대 교수직과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박탈당했습니다.

이후 전 세계 학회와 학술지들은 줄기세포 분야의 한국 논문들에 대해 심사를 대폭 강화했고, 국내 연구진들은 수년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제 온라인에선 서울대 연구팀의 다른 논문들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신저자인 윤 교수와 공동저자들이 제1저자의 표절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표절 사실을 고발한 유튜브 제작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여러 편의 기존 논문과 비교 분석한 영상을 제작한 점을 고려할 때 연구팀 내부 고발자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인 CVPR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외 학자들은 CVPR이 서울대의 표절 논문을 충분한 검증 없이 우수 발표 논문으로 선정한 과정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호원 기자(bestig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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