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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지막 냉면 한 그릇에 아쉬움…37년 노포 을지면옥 영업종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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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을지로 떠나 새 자리 찾기…마지막 영업날 30도 더위 속 긴 줄

연합뉴스

영업종료 안내문 붙은 을지면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을지면옥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5일 오후 4시 10분께 37년 전통의 을지면옥이 문을 닫았다. 당초 3시까지 영업을 하기로 했지만 이미 기다린 손님들을 배려해 을지면옥 측은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해 손님을 받았다.

마지막 손님인 장춘희(45)씨가 가게에 들어서며 입구 셔터도 내려졌다. 장씨는 "점심 시간을 일부러 피해서 왔는데 마지막 손님이 될 줄은 몰랐다"며 "좋아하던 냉면집이어서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고 아쉬워했다.

장씨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을지면옥 홍정숙(67) 사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홍 사장은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영업이 끝나자 직원들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서로를 향해 수고했다는 의미의 박수를 보냈다. 한 직원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을지로에서의 마지막 영업을 마친 홍 사장은 "의도치 않게 이전하게 돼 너무 가슴이 아프고, 대대로 내려온 이 자리를 지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어디로 이전을 하더라도 이 맛을 자식들이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날로 마지막 영업을 하는 37년 전통의 을지면옥 앞에는 오전부터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낮 기온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손님들은 을지면옥의 마지막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긴 줄을 기다렸다. 연신 손부채질하거나 양산으로 뙤약볕을 피하면서도 을지면옥의 마지막 '을지로 시대'를 함께 하기 위해 더위를 견뎠다.

37년 한 자리를 지켜온 터라 손님 중에는 어르신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긴 대기 줄 속에서 지팡이를 짚거나 부축을 받고 찾아온 어르신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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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종료 안내문 붙은 을지면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단골들은 갑작스러운 이전 소식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넘게 을지면옥을 찾았다는 60대 최모 씨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찾아오던 추억이 많던 가게인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을지면옥을 찾은 마지막 손님 중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 주치의였던 신현대 전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도 있었다.

신 전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 때 옥류관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었는데, 을지면옥 맛과 제일 비슷했다"며 "노 전 대통령님도 여기에 자주 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그나마 문을 아주 닫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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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오늘 마지막 영업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을지면옥' 영업 종료일인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1985년 문을 연 을지면옥은 37년간 한 곳에서 평양냉면을 선보인 을지로 대표 맛집이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을지면옥은 현금을 받고 건물을 넘기기로 했으나 재개발 시행사와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시행사는 을지면옥을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을지면옥 측이 항소했다.

시행사 측은 본안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을지면옥을 상대로 지난 1월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가처분이 집행될 경우 을지면옥은 본안소송에서 다퉈볼 기회가 사라진다"며 시행사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판단한 서울고법은 이달 14일 1심과 달리 을지면옥이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명령했다.

을지면옥은 이날 영업을 끝으로 을지로를 떠나 새로운 장소로 가게를 옮길 계획이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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