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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30년 단골 가게인데 참담"…을지면옥 마지막 영업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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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떠나는 을지면옥…"자리 옮겨도 찾아갈 것"

연합뉴스

'오늘 아니면 못 먹어요' 을지면옥 영업종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을지면옥' 영업 종료일인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초등학교 친구들과 찾아오던 추억이 많던 가게인데…참담하다"

25일 오후 1시30분께, 이날로 마지막 영업을 하는 37년 전통의 을지면옥 앞에는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낮 기온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손님들은 을지면옥의 마지막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긴 줄을 기다렸다. 연신 손부채질하거나 양산으로 뙤약볕을 피하면서도 을지면옥의 마지막 '을지로 시대'를 함께 하기 위해 더위를 견뎠다.

37년 한 자리를 지켜온 을지면옥이기에 그 역사를 함께 한 어르신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긴 대기 줄 속에서 지팡이를 짚거나 부축을 받고 찾아온 분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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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종료 안내문 붙은 을지면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단골들은 갑작스러운 이전 소식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넘게 을지면옥을 찾았다는 60대 최모 씨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찾아오던 추억이 많던 가게인데 참담한 심정"이라며 "단골들이 사장님과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아서 조금 섭섭하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잡다한 양념을 안 하고 깔끔한 평양냉면을 하는 손에 꼽는 집"이라며 "옛날에는 노인분들만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을지면옥을 찾은 마지막 손님 중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 주치의였던 신현대 전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도 있었다.

신 전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 때 옥류관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었는데, 을지면옥 맛과 제일 비슷했다"며 "노 전 대통령님도 여기에 자주 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오늘이 또 6.25날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그나마 문을 아주 닫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던 80대 김모 씨는 "을지면옥이 초창기 문을 열었을 때부터 친구들과 왔다"며 "지금 3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이런 기다림도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기 평양냉면이 내가 먹어본 냉면 중 제일 맛있다. 위치를 옮겨도 찾아갈 생각"이라며 을지면옥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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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오늘 마지막 영업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을지면옥' 영업 종료일인 25일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1985년 문을 열어 37년간 영업해 왔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2022.6.25 kane@yna.co.kr


이날 대기 줄엔 지방에서 올라 온 젊은이들도 섞여 있었다.

친구 2명과 서산에서 올라왔다는 20대 김모씨는 "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어서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려고 데리고 왔다"고 웃었고, 함께 온 친구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줄이 긴 건지 궁금해서 따라왔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1985년 문을 연 을지면옥은 37년간 한 곳에서 평양냉면을 선보인 을지로 대표 맛집이다. 이곳이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9년부터 보상 절차와 철거 등 재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을지면옥은 현금을 받고 건물을 넘기기로 했으나 재개발 시행사와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시행사는 을지면옥을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을지면옥 측이 항소했다.

시행사 측은 본안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을지면옥을 상대로 지난 1월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가처분이 집행될 경우 을지면옥은 본안소송에서 다퉈볼 기회가 사라진다"며 시행사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판단한 서울고법은 이달 14일 1심과 달리 을지면옥이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을지면옥은 이날 영업을 끝으로 을지로를 떠나 새로운 장소로 가게를 옮길 계획이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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