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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판결 인사이드]'윤 일병' 유족 국가 상대 배상청구 2심도 기각..."8년간 싸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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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이모 병장만 4억원 배상 판결

유족 "법원, 군에 면죄부...상고할 것"

아주경제

2심 선고 기각에 착잡한 심정의 윤일병 유족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날 열린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족은 "국가가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가해자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2022.6.22 hwayoung7@yna.co.kr/2022-06-22 11:10:07/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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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윤승주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1심과 같은 결과다.

가해자 배상 책임만 인정...유족 “상고하겠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4-3부(권혁중 이재영 김경란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윤 일병 유족이 국가와 당시 선임병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윤 일병 유족에게 총 4억90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에서 정한 배상금과 같은 액수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가해자 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은 “군 검찰부가 망인의 사인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군 검찰은 그때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가해자에게 상해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의 주장과 증거만으로 군 검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거나 처음부터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유족은 이날 재판 직후 취재진에 “재판부가 피해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군과 국가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엉터리 재판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67)씨는 입장문을 통해 “군 수사기관 및 군 검찰은 질식사가 아니라는 여러 가지 뚜렷한 증거들에도 질식사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으며,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서 그제야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사망 원인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서 목숨을 잃고 그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사건 이후 8년...파기환송 끝에 주범에 징역 40년

경기도 연천 28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일병은 지난 2013년 말부터 약 4개월간 선임병들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이듬해인 2014년 4월 사망했다.

이씨 등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내무실에서 간식을 먹던 중 소리를 내고,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윤 일병 얼굴과 배를 수차례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씨 등은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자 피해 사실이 적혀 있는 등 범행과 관련된 윤 일병 소지품을 버리기로 공모해 수첩, 스프링노트 등을 분리수거장에 폐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윤 일병이 냉동 음식을 먹다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취지로 의료진에게 진술하고, 조사 과정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에서 이씨는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 나머지 공범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에 처해졌다. 대법원에서 한 차례 파기환송된 이후 나타난 결과다.

당초 군 검찰은 이씨 등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 등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은 윤 일병 사망 전 한 달 동안 잠도 재우지 않은 채 폭행하는 등 오랜 시간 윤 일병을 집단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사건은 상급부대인 3군사령부 검찰부로 넘어갔다. 군 검찰도 가해자들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윤 일병 사인도 당초 군 당국이 발표한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에서 사령부 검찰부 조사 후 ‘지속적 폭행으로 인한 좌멸증후군과 속발성쇼크’로 바뀌었다. 좌멸증후군은 근육조직 붕괴로 장기에 이상이 발생하는 현상을, 속발성쇼크는 외상으로 인한 출혈로 순환 혈액량이 감소해 쇼크를 일으키는 현상을 각각 일컫는다.

유족은 지난 2014~2017년 사인 조작 등에 가담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군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군 검찰은 피의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유족은 2017년 4월 이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국가보훈처는 윤 일병이 복무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지난 2017년 12월 국가유공자(순직군경)로 등록했다.

윤혜원 기자 hwyo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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