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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37년간 골목 지켜온 ‘을지면옥’, 25일 마지막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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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을지면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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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5년 서울 을지로에 들어선 이후 37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이 25일 문을 닫게 됐다. 을지로 일대에서는 세운상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법원이 을지면옥에게 재개발 시행사에 건물을 넘겨줘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라 끝내 영업을 종료하게 된 것이다.

을지면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을지면옥은 이날 오후 3시 영업을 마감한 뒤 영업을 끝낼 예정이다. 을지면옥 측은 “새로 이전할 장소는 아직 찾고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민사 25-2부(부장판사 김문석·이상주·박형남)는 지난 14일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소송 2심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에 속한 을지면옥은 해당 지역 재개발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세운상가 재개발은 지난 2017년 4월 시행사가 사업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돼, 2019년 하반기 건물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을지면옥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을 받고 건물을 넘겨주기로 했지만 시행사와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시행사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의 수용재결에 따라 보상금 54억여 원과 영업 손실 보상금 2100여 만원을 전액 공탁한 뒤, 을지면옥을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을지면옥이 항소하면서 건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시행사는 지난 1월 건물 인도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손해가 커지니 그 전에 건물을 먼저 넘겨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 법원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을지면옥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기회도 없이 현재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를 부정당하게 된다’며 을지면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을지면옥의 인도 거부로 시행사가 거액의 대출 이자 등 상당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본안 판결을 기다려 집행할 경우 시행사에 가혹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을지면옥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김경필씨 부부가 1969년 경기도 연천에 개업한 ‘의정부 평양냉면’에서 갈라져 나온 곳이다. 김씨 부부로부터 독립한 첫째 딸이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세웠고 둘째 딸이 을지로에 을지면옥을 세웠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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