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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증인 출석한 이슬람권 외국인 "알라 아니면 맹세 못한다" 선서거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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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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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속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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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 신자인 외국인이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 출석했다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증인선서'를 거부하는 소동이 있었다.

최근 서울지역 한 법원 법정에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한 중앙아시아계 30대 외국인 남성 A씨는 재판절차에 따라 재판장이 증인선서를 요구하자, 이에 따르는 듯하다가 통역인이 '맹세'라는 표현을 통역하자 선서를 거부했다.

형사소송법 제15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출석 증인에 대한 선서서(宣誓書) 내용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로 돼 있다.

증인은 형사소송법에 문구가 규정돼 있는 선서서를 낭독하고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함으로써 법정 증인으로 인정된다.

이슬람교 신자임을 밝힌 외국인 A씨는 통역인을 통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슬람 신자는 알라(Allah;神)가 아니면 어떤 것에도 맹세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재판 진행에 곤란함을 느낀 재판장은 재판을 잠시 정회하고 피고인 측에 A씨와 법정 밖에서 얘기를 나눠 보라고 했다. 폭행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같은 나라 출신 친구인 A씨가 유리한 증언을 할 것이라며 신청했던 증인이었기 때문에 설득해서 증인선서를 거쳐 증언을 하게 해 보라는 취지다.

재판장은 외국인 A씨가 증인선서를 계속 거부하면 증인신청을 기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형사사건을 많이 다뤄 본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형사사건에 외국인이 연관된 경우가 많아졌는데 통역부터 시작해 부족만 면이 많다"며 "영어나 중국어·일본어는 충분히 준비가 되지만 베트남만 예를 들어도 한국에 15만여명이나 체류중인데 법정 통역인이 베트남어를 하는 사람이라도 법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통역을 하지 못해 어설프게 하면 듣고 있던 베트남 출신 피고인이나 증인이 항의를 하거나 싸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신도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용될 경우엔 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종교에 비해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른 규율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수감된 중동 출신 피고인이 메카를 향해 하루 5번 기도를 해야 한다며 메카 방향을 알려달라고 하고 기도할때 무릎 대는 데 필요한 작은 양탄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며 "구치소 측에 요청을 했지만 '그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해 '양탄자도 종교용품이다 불상이나 묵주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는데 '전례가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다"고 했다.

이슬람 신도가 수용되면 음식도 문제된다. 김 변호사는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도 엄격하게 할랄음식만 먹겠다는 이슬람 신자도 있고 일단 돼지고기라도 안 먹는다는 이들도 있다"며 "외국인 전용 교도소가 수용인원이 적어서 전국 교도소에 외국인들이 분산 수용돼 있는데 이슬람권 출신이 더 많아지면 문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진석 변호사는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 속도에 비해 우리 사법체계가 이에 대비하는 속도는 느린 것 같다"며 "지금은 사소해 보여도 중요한 사건에서 사건 당사자가 소위 제3세계 외국인인 경우에 수사·재판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어 관련 제도나 규정을 정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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