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국기문란” 발언에 흔들리는 경찰… 진상조사로 의혹 해소될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 초유의 사태

세계일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기문란.”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13만 경찰 조직을 뒤흔들고 있다.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경찰 조직 전체를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와 경찰은 인사 사태에 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의혹을 해소하기보단 경찰에 대한 ‘군기 잡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행’인가, ‘국기문란’인가

경찰 고위직 인사 사태의 쟁점은 크게 △대통령 결재 전 인사 명단을 발표하는 것이 경찰 관행인지 △인사 초안이 경찰 자체 안인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친 안인지 △경찰이 행안부로부터 인사 명단을 받으면서 ‘대통령실과 협의하라’는 전달을 받았는지 등으로 볼 수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장 추천→행안부 장관 제청→대통령 재가의 절차를 거친다. 절차상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이 보장돼 있지만,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등을 위해 일정 부분 형식적으로 행사해 왔다. 통상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내정하면, 결재를 거쳐 인사가 나는 식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논란이 가열된 것은 대통령의 결재가 있기 전 경찰이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21일 오후 7시쯤 경찰 치안감 인사(1차)를 발표했고, 오후 9시쯤 정정된 인사(2차)를 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결재가 오후 10시쯤 이뤄졌는데, 1차와 2차 인사 발표 모두 결재 전에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이것이 “관행이었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을 질책하고 있다.

경찰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인사를 진행하는 만큼, 결재가 나기 전 공지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행안부로부터 전달받은 인사가 수시간만에 뒤바뀌는 상황 역시 전례 없는 일이기에 이번 사태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행안부 치안정책관은 경찰에 인사 명단을 전달하면서 ‘대통령실과 추가 협의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진위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경찰이 이런 지시를 받고도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인사 명단을 공지했다면 관행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답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 같다”며 함구하고 있다.

세계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관 귀국 직후 경찰 고위직 인사

처음 받은 인사 명단과 최종 명단이 일부 차이를 보이면서, 정부가 인사 명단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사 사태가 벌어진 당일 오후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통해 경찰국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을 받아 든 경찰 조직 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고위직 인사가 나고, 이것이 수시간만에 바뀌는 상황 등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21일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경찰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 장관이 당일 오후 5시쯤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했고 6시쯤 1차 인사안이 경찰청에 내려왔고 2시간 만에 번복됐다”며 “윤 대통령은 ‘경찰청이 올린 안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시·도경찰청장에 준하는 치안감 인사를 부임 하루 전날 오후 7시쯤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인사 대상자들은 저녁 무렵 인사 소식을 듣고 다음 날 부임지로 출근을 준비하게 돼 이·취임식조차 갖지 못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최근 경찰 고위직 인사는 오전에 이뤄졌고, 이·취임식과 부임지로의 이동 등을 고려해 부임 날짜에 여유를 두는 것이 통상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당일) 오후 4시쯤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행안부에서 전달받았다”며 “급하게 발표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김창룡 경찰청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경찰 책임론에 경찰 조직 동요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한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은 김 청장의 거취 문제를 묻는 취재진에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 사태 이전부터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청장이 용퇴 결정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데다, 인사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가 경찰 수장으로서 불명예스럽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이 장관은 오는 28일 출입기자간담회를 열어 자문위 권고안과 경찰 인사 사태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아울러 이 장관과 김 청장 간의 전화통화 등이 거론되고 있어, 양측 수장 간의 대화로 일련의 사태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