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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싱글대디' 이태성의 꿈과 도전...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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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화가 겸 배우 이태성
캔버스에 눌러 담은 진심
"그림 그리며 자유 얻었다"
한국일보

이태성이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빛과 숨이다. 이태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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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태성은 '도전'의 아이콘이다. 야구선수였다가 배우가 됐고 이제는 화가로 변신해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처음부터 전시회를 계획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왕 하게 된 것은 제대로 하자는 주의다. 승부욕도 강하고 뭐든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연예인 화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지만, 이태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응답하고자 한다. 그 또한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난 24일 부산에서 만난 이태성의 얼굴은 밝았다. 사실 이태성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첫 개인전에서는 감정을 주제로 삼았다. 당시 전시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다. 두 번째 전시회 'this,appear(부제: 사라지는 소중함을 마주할 때)'는 빛과 숨을 주제로 표현했다. 이번에도 그는 전시와 관련된 수익금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갤러리 더 스카이 1층과 100층에서 만날 수 있다. 이태성의 작품들은 판타지한 느낌과 몽환적 색감이 특징이다. 겹겹이 쌓아올린 터치와 긴 시간 물감을 연구해 각도에 따라 바뀌는 색감이 일품이다.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사라졌다가 드러나는 마법 같은 표현들도 곳곳에 심어놓았다.

늘 힘이 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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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이태성이 자신의 작품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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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이태성의 인연을 소개하려면 가족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태성은 2015년 군 복무 중 이혼해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들이 생기고 군대에 갔던 이태성은 금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역 후 작품을 다시 하더라도 최소 30개월의 공백이 예상됐다.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던 그는 군대에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치유가 주목적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이 가길 바랐어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게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두세 시간이 금방 지나가니까 이렇게 여름이 지나갈 거고 겨울이 갈 거란 생각으로 버텼던 거죠. 그 당시 제 그림은 '독'이었어요. 제 안의 독을 다 꺼내는 느낌이었죠. 지금 저의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행복해지고 깊어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었거든요."

그렇게 제대 후에도 7년간 그림을 그리게 된 이태성은 어엿한 작가가 됐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도 가족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해야 했기에 가족들의 전폭적 지지가 없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기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데 제 모든 시간을 투자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작업하고 주말에는 한승(아들)이와 어머니를 보러 가고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또 작업에 몰두했죠. 한승이도 제 작품을 봤어요. 본인 나름대로 해석을 하며 구경을 하더라고요. 텍스처를 세로로 거칠게 그은 걸 보고 '이건 주식이네' 하더라고요. 하하. 초등학교 5학년인데 뉴스를 보고 알았나 봐요."

예능 통해 솔직한 모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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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은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가족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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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은 어머니 박영혜씨와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 출연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귀여운 아들도 함께 전파를 타면서 '방송인 가족'이 됐다.

처음 '미운 우리 새끼'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이태성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나만의 선택이 아니라 아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TV에 나가고 싶어?'라고 직접 물어봤다. 어린 나이라 정확한 판단은 안 되겠지만 하고 싶다고 하더라. 아빠랑 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출연을 결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족이) 알려지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저도 편해지고 좋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군대에서 힘들고 이랬던 시간들을 잘 버텨내니까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오는구나 싶어요. 그땐 아들이랑 촬영하고 이런 거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방송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못 가서 아들이 (방송의 힘을) 체감은 많이 못 하는 거 같아요. 현재 재밌게 잘 지내고 있어요."

이태성만큼 예술적 감각과 재주를 지닌 어머니는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실 어머니도 힘드셨거든요.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애기를 보고 갑자기 할머니가 되셨으니까. '미우새'에 출연하고 지금은 제2의 인생을 사는 느낌이예요. 저랑 홈쇼핑 출연도 하고 단편영화 각본과 연출도 맡게 되셨죠. 배우 캐스팅 오디션이 끝났고 7~8월쯤 크랭크인을 생각하고 있어요. 시나리오도 상을 많이 받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어머니가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하실 때 실제로 만난 분의 이야기를 다뤘죠. 본인 허락을 받고 글을 쓰셨어요."

'배우 화가 아빠' 이태성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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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은 그림을 그리면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 이태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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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업이 이태성의 배우 생활에도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 이태성은 '자유'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림을 하면서 더 자유로워졌어요. (연기와) 공통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자유롭다는 건데, 사실은 미술이 훨씬 자유롭죠. 드라마 연기는 작가님이 써놓은 시나리오가 있고 캐릭터라는 도구가 있고 조율하는 연출이 있잖아요. 나라는 존재를 투영해서 표현은 하지만 오롯이 내 얘긴 아니죠.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있고요. 미술은 작가·감독·연출을 다 제가 해야 해요. 의상팀 조명팀 같은 역할도 모두 저의 몫이죠. 하얀 캔버스를 만났을 때 다가오는 부담감·기대감·설렘이 있어요."

화가로 대중 앞에 선 이태성은 올 하반기 본업인 배우로도 돌아온다. KBS2 새 주말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차윤호 역을 맡았다. 쿨하고 무뚝뚝하며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로, 결혼 생각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 인물과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며 가치관에 변화를 겪게 된다.

"차윤호 캐릭터는 기존에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인물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찍고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야생마와 마초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예요. 솔직 담백하고 자유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요. 장편 드라마인 만큼 극 초반의 이 인물의 캐릭터가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변화하는지를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화가로서 아버지로서 일인 다역(一人多役)을 해내고 있는 이태성의 꿈과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행복은 미래지향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행복한 버릇을 갖지 않으면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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