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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배우 겸 화가 이태성 "난 포기를 모르는 성격..신뢰 주는 작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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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두 번째 개인전 개최한 이태성
'연예인 화가'에 대한 부정적 시선 탈피 위해 노력
"신작이 기다려지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한국일보

이태성 작가가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포즈를 취한 작품 '흩날리는 눈빛들'은 8번의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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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그리고 숨. 최근의 작업들에 내가 쏟는 감정들과 이야기이다. 어쩌면 나는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숨이 귀하고 숨 쉬는 게 조심스러운 세상. 문득 그런 세상을 아들에게 물려준 아빠가 된 것 같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일상의 행복과 소중함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태성 작가

지난 24일 부산에서 만난 이태성은 기자에게 직접 작성한 작가노트를 건넸다. 위 글은 여기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그가 개인전을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태성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첫 개인전에서는 감정을 주제로 삼았다. 두 번째 전시회 'this,appear(부제: 사라지는 소중함을 마주할 때)'는 빛과 숨을 주제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갤러리 더 스카이 1층과 100층에서 만날 수 있다. 이태성의 작품들은 판타지한 느낌과 몽환적 색감이 특징이다. 겹겹이 쌓아올린 터치와 긴 시간 물감을 연구해 각도에 따라 바뀌는 색감이 일품이다.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사라졌다가 드러나는 마법 같은 표현들도 곳곳에 심어놓았다.

시적인 제목들 역시 감성을 느끼게 한다. '피어나는 속삭임' '바다에 맺힌 그리움' '짙게 물드는 숨결' '흩날리는 눈빛들' '빛과 숨의 커튼콜' '숨의 단면' 같은 식이다. 이번 작업은 이태성에게도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는 작품에 희망과 에너지, 그리고 자유를 담으려 애썼다.
한국일보

이태성 작가가 한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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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데뷔한 이태성은 '도전'의 아이콘이다. 야구선수였다가 배우가 됐고 이제는 화가가 되어 인생의 새로운 막을 또 한 번 열었다. 처음부터 전시회를 계획하고 그림을 그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왕 하게 된 것은 제대로 하자는 주의다. 승부욕도 강하고 뭐든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연예인 화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지만, 이태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응답하고자 한다. 그 또한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군대에 있을 때 에너지를 쓰고 싶고,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현실에 갇힌 답답함을 돌파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제대 후에도 계속 그림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황금빛 내 인생' 드라마를 하면서 힘든 싱글을 연기했는데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고, 그렇게 하얀 캔버스에 물감이 퍼지는 기분이 좋았죠. 위안과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전시회를 열거나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고 기대조차 안 했어요."

7년 정도 그림을 그리던 이태성은 우연히 갤러리 관계자와 만나게 됐다. 그는 이태성이 SNS에 올린 그림들을 봤다며 전시회 개최를 권유했다. 지난 연말 열었던 첫 전시회는 크게 홍보를 하지 않고 지인들만 초대했다. 이태성은 '나만의 잔치'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시 수익금은 재단을 통해 복지시설 아이들에게 새 이불을 사주는 데 전액 기부했다.
한국일보

이태성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 완성을 위해 몰두하고 있는 모습. 이태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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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만에 다시 개인전을 선보이게 된 이태성은 "첫 개인전을 하고 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며 웃었다. tvN '고스트 닥터'와 SBS '왜 오수재인가' 촬영을 했던 그는 연기 이외의 시간에는 머릿속에 작품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진 작업을 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미팅을 다녔다.

"제가 '사랑니'에 출연하고 처음 연기를 할 때 프로필을 뽑아서 영화사를 돌아다닌 거랑 같은 마음이었어요. 19년 전 충무로를 돌던 신인 시절의 기분이 들었죠. 그때도 그렇게 오디션 봐서 영화를 했고, 이번에도 발품 팔아 전시회를 열게 됐어요. 저는 미술계에 아는 사람도 전혀 없어요. 물론 첫 전시회 하고 나서 주변에서 소개를 해주긴 했지만 (소개를 받은 사람들의) 반은 의구심이 있었어요. '연예인이니까 취미로 하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머지 반은 응원해 주고 진정성 있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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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 완성을 위해 몰두하고 있는 모습. 이태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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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큰 규모의 전시회를 열게 된 만큼 설렘과 책임감도 크다. 총 30점의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다. 준비를 하는 내내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야 했다. 때론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물을 만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다. 끝내 답을 찾아냈다. 이태성은 "작업을 하다가 망칠 때가 있는데 살려내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말했다.

"'흩날리는 눈빛들'의 경우 8번의 수정을 거쳤는데 전시 포장 3일 전까지 완성이 안 됐어요. 작품 마지막에 바니쉬 작업을 하는데 도료로 된 골드 크롬을 썼더니 황금빛이 사라지더라고요. 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금박을 구매해서 200장을 붙이게 됐어요. 금박은 긁어내거나 뜯어내지 않는 한 안 벗겨지더라고요. 지옥에 몇 번 갔다 온 기분이예요. 하하."

이태성은 유년기 시절부터 운동하면서 길들여진 습관들이 있다. 포기하면 안 되고 지면 안된다는 승부욕이 그림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앞으로 그의 꿈은 '신뢰를 주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신뢰를 드릴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신작이 기다려지고 보고 싶어지는 작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칭찬과 질타를 아낌없이 보내주시는 만큼,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작가로 성장하고 싶고요. 무엇보다 진심을 다해 캔버스를 마주하는 작가로 훗날 기억되고 싶습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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