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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취재파일] 공수처 외면하는 검사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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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사 공개 모집…"검찰 출신 원해"



검찰 인사판 짜기로 분주한 법무부 옆, 또 다른 인선 작업이 한창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야기입니다. 지난주부터 수사 검사 3명을 모집 중입니다. 부장검사는 12년 이상, 평검사는 7년 이상 변호사 자격 보유자로 지원 요건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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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공수처 검사 3명 공모'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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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 차, 법이 정한 25석 검사 자리가 다 채워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는 지금도, 아직도 구성 중에 있는 기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수처 홈페이지 공지 대부분 사람 선발에 대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낸 그는 역량 있는 인재를 뽑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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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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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검찰)에서 인척 관계를 맺은 분들을
피의자로 직접 수사하는 것을 안 하고 싶을 수 있다."
- 김진욱 공수처장 (지난 21일)


유독 강조한 건 검찰 출신 지원자가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공수처가 자리를 잡고 제 역할을 하려면 인지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실무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검찰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눈길을 끈 건 검찰 출신 인사들이 공수처 지원을 꺼리는 이유에 대한 김 처장 나름의 분석입니다.

김 처장은 '친정 수사'의 부담감을 꼽았습니다. 공수처 검사의 주요 수사 대상은 검찰인데 친정, 그러니까 검찰에 함께 몸담았던 동료를 수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의견을 들어보니 이런 사정이 있는 것 같다며 정보 공유 차단막인 '차이니즈월' 도입이나 사건 배당 등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해법도 언급했습니다.

외면하는 검사들…"배울 건 없고, 잃을 건 많아"



'잠재적 지원자'들 생각은 어떨까요? 복수의 전·현직 검찰 인사들 반응을 모아 보면, '채용자'의 시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피 사유는 쉽게 요약됩니다. "배울 건 없고, 잃을 건 많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공정성 시비와 정파성 꼬리표가 첫째입니다. 일선 검찰청 한 검사는 "진영 논리 타파를 내세웠지만, 정치적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수사 기관으로선 치명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둘러싼 '황제 조사' 의혹을 비롯해 정치적 편향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공수처장이 직접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하고 제도 개선에도 나섰지만, 신뢰를 회복할 만큼의 혁신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겁니다. 몸도 마음도 다 바쳐 고생했는데 결국 '정치적 수사'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게 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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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아마추어 조직이라는 인식이 이미 박혀버렸다.
공직자이자 법률가로서 경력을 살릴 수 있겠나 의문이 크다."
- 현직 검찰 간부


고위공직자 범죄를 타파하는 '특수통' 명함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 검찰 간부는 "법조계 안팎에서 공수처가 '종이호랑이'라고 불린 지 오래"라며 "제대로 일하고 싶어도 검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눈을 돌리던 검사들마저 이제는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검사는 "수사 인력 절반을 투입하고도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난 '고발 사주'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배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선택과 집중 없이 검찰 조직보다 100배 작은 규모의 기관이 인지 수사에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합니다.

쇄신 나섰지만…'유능한 검사' 돌파구 찾을까



바깥 시선만큼 공수처 내부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에만 수사관 5명이 공수처를 나갔고, 최근엔 첫 검사 사직 사례도 나왔습니다. 23명에서 22명으로 갑작스레 검사 수가 줄면서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 비리' 의혹이나 '유우성 씨 보복기소 사건' 등 묵직한 수사는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선별 입건에서 자동 입건 방식으로 바뀌며 사건은 쌓여만 가는데 인지 수사는 엄두도 못 낸다는 말이 공수처 안에서 나옵니다. 내부 사기는 바닥이라는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반부패 범죄를 수사해 공직사회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는 독립 수사기관…
국민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의미 있는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 수사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 김진욱 공수처장 (지난 13일, '2022년 공수처 검사 3명 공모' 보도자료)


지휘부도 손 놓고 있진 않습니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 조직 역량 강화 방안을 연구하고, 직원 워크숍 등 분위기 환기에도 나섰습니다. 열린 자세로 언론과의 소통 역시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쇄신 안도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이번 공모는 노련한 검사 선발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정답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는 건 김 처장과 공수처의 몫입니다. 다만, 정확한 현실 인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공수처를 왜 외면하는지 이유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배울 건 많고, 잃을 건 적다는 기대감부터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친정 수사 부담'이나 '차이니즈월' 같은 말로는 인재들 눈길을 사로잡기 부족해 보입니다. 바람대로, 우수한 인재가 선발돼 공직 사회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는 수사 기관으로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서류 마감은 다음 달 4일입니다.
안희재 기자(an.heej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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