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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때 유학 온 우크라 여대생의 고백 "한국서 만난 러시아 친구들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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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경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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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경영학과 20학번인 아르테멘코 나디아(Artemenko Nadiia)는 지난 3월 언니가 살고 있는 폴란드에 다녀왔다.

나디아는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언니와 함께 만난 할머니와 어머니는 본국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해 불안감은 있었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나디아의 근심은 커져만 갔다. 가족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고 학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일단 이번 학기는 등록했지만 다음 학기 등록금이 문제였다.

이에 나디아와 면담으로 사연을 접한 국제처 글로벌교육지원팀은 그를 도울 방법을 고심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이번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며 나디아의 학업을 응원했다.

나디아는 "전쟁 때문에 개인적 사정이 안 좋아져, 장학금을 받게 됐다"며 "성적이나 활동으로 받은 장학이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상황이 더 안 좋은 학생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018년 16세였던 나디아는 홀로 한국에 왔다. 경기도 지역 대학의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금은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전쟁으로 학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휴학하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입대할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나디아 학생의 아버지는 군인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서 세관 관련 일을 했다. 안정적 직업이라 나디아 학생의 학비 마련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아버지가 직업을 잃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나디아 학생은 "그래도 가족과 꾸준히 연락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할머니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아버지는 오데사에 있고, 어머니는 독일로 피란갔다"면서 "늦은 시간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연락이 안 될 때는 불안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라며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남자들에게 피해가 더 크고, 우려스럽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남은 친구들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16세였던 나디아는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한국 대기업의 경영과 기술력을 배우고자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래서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기계공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한국에서 취업해 기술력을 갖춘 관리자가 되고 싶었지만, 전쟁을 목도하며 목표가 변했다. 본국에 돌아가 국가 재건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는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 적다. 한국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국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주변의 응원도 많았다. 나디아는"한국에서 알게 된 러시아 국적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응원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을 순 없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처럼 전쟁 속에서도 꿈을 키우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보다 더 후속 세대들이 살아갈 미래가 바뀔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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