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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통령의 오해가 부른 ‘주52시간 개편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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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개혁방향 공개 하루 만에… 尹 “정부의 공식입장 발표 아니다”

‘노동계 반발에 물러서나’ 해석 분분… 대통령실 “최종안 아니란 취지” 진화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2022.6.24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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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제 개편 추진 발표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24일 밝혔다. 전날 고용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하루 만에 뒤집는 듯한 발언으로, 이를 두고 종일 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최종안이 아니라서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한 것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 보니,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 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재 ‘주(週)’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月)’ 단위로 확대하는 등 주 52시간제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닌 데다 보고받지 못한 사안이라고 부정한 것이다.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이 노동계의 반발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 등 각종 해석이 분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적극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용부의 발표 내용은)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확정이 된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늘 아침 신문에 나온 내용이 정부의 최종 결정이라고 생각해서 그 보고를 못 받았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실, 尹발언 혼란 수습… “주52시간 개편, 톤다운 아니다”

고용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방향’… 대통령에 보고하고 黨에도 설명
“신문 본 대통령, 최종안으로 착각”… 대통령실, 정책 혼선 우려 즉각 해명
대통령 한마디에 하루 종일 혼란… “정제 안된 발언, 국정부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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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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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오늘 아침 언론에 나왔다. (중략)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고용노동부는 발칵 뒤집혔다. 고용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낸 듯 비쳤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를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예의 주시했던 경영계와 노동계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고용부의 발표를 정부의 최종안이라고 오해한 데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대통령실은 “주 52시간제 개편 등 노동 개혁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불을 끄느라 분주했다.
○ “최종안 아니라 공식 입장 아니라고 한 것”

고용부가 23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16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당시 이달 중 구체적 추진 방향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보고됐다.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여기고, 2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도 발표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 아침 고용부의 발표 내용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고 이를 정부의 최종안이라고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전날 고용부 장관의 발표가 최종안인 줄 알고 ‘아, 내가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한 뒤 참모들에게 물어 상황을 뒤늦게 깨달은 사실도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정책 혼선으로 보이지 않도록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도 바로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결정된 안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내놓은 방향성을 바탕으로 민간연구소, 노사 의견 등을 더 들어 최종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는 얘기다. ‘보고받지 못했다’라는 발언에 대해선 “전날 발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기본 방향을 설명한 것”이라며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회의에서도 다 논의돼 대통령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노조의 하투(夏鬪·여름투쟁)에 대비한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되레 이 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고용부의 발표 내용을 톤다운(수위 조절)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계속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이 방향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尹 대통령 한마디에 온종일 혼란

윤 대통령의 발언에 고용부는 이날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은 정부의 전반적인 노동개혁 추진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의 설명에 보조를 맞췄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놓고는 의아해하며 상황 파악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현안을 회피하지 않고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신선한 행보이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낼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출근길 한마디에 그 사안을 다루는 해당 부처는 당일 난리가 난다”면서 “답변할 사안에 한해 정제된 발언을 내놓는 게 아닌 경우에는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제 개편’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 문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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