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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EN인터뷰] '칸 감독상' 박찬욱 "에로틱한 '헤어질 결심', 독립 영화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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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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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자극적인 요소를 뺀 영화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감흥은 없다.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동료 영화인들이 '헤어질 결심' 제목에 대해 독립 영화 제목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걱정을 한 분들도 더러 있었다. 독립 영화 제목은 따로 있나 싶었다. 저는 바람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칸의 남자' 박찬욱 감독이 작정하고 자극적인 요소를 뺀 영화 '헤어질 결심'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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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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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기분 좋다. 전문가 리뷰가 좋은 건 직업적으로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제일 중요한 건 직업인이 아닌 돈을 내고 표를 사서 시간을 내서 극장에 오는 관객이 어떻게 평을 하는지, 만족스러워하는지다.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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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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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자극적인 요소를 뺀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은 작품에 대해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는 "자극적인 요소를 뺀 영화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감흥은 없다. 저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글을 간결하게 구사해서 배우들의 최소한 요소를 가지고, 깊은 반응을 끌어 내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구식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걱정도 있었다. 오히려 현대에는 이런 영화가 더 새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꼿꼿하고 침착한 변사자의 아내 서래와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과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전개를 펼칠 예정. 그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와 멜로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박찬욱 감독의 첫 수사 멜로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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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박찬욱 감독, 탕웨이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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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장가와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에 이어 '헤어질 결심' 각본을 함께 집필했다. 각본이 완성된 후 캐스팅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그 반대다.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고.

"탕웨이 씨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됐다.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 한 게 아니라 반대로 작동했다. 사적으로 잘 알지 못했다. 전에 (탕웨이 출연 작품을) 보면서 갖고 있던 막연한 인상과 그녀의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궁금해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의 탕웨이 씨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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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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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각본이 완성되기 전 탕웨이를 만나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다음에 각본을 더 썼다. 탕웨이 씨를 일대일로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과 각본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탕웨이 씨를 알게 되면서 각본에 반영했다. 실제로 보니까 생각했던 거보다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더라. 조금 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들을 각본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해일 역의 박해일 역시 그를 상상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이라는 사람을 상상하면서 각본을 써보자고 정서경 작가에게 제안했다. 그대로 캐스팅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말이다. 어느 영화에서 보여준 박해일이 아니라 실제 박해일,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인간 박해일을 캐릭터에 도입하자는 생각으로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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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박찬욱 감독, 박해일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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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에게 '헤어질 결심'은 첫 호흡이다. 처음 연기 합을 맞춰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박찬욱 감독은 "어느 작품에서든지 '케미스트리가 좋다'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배우와 어떤 배우는 맞는데, 다른 사람하고는 안 맞는 경우가 있긴 하다. 사실 배우들의 능력, 연기력과 연출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타고 나길 서로 안 맞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어떤 조합을 상상하든 머릿속에 잘 안 그려진다고 하는 독특한 조합이 있긴 해도 좋은 배우들끼리 만났다면 언제나 좋은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니까 탕웨이 씨와 박해일 씨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건 '내가 잘해서'라고 말하는 것 같긴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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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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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비교했을 때 '헤어질 결심'은 직접적인 섹슈얼한 느낌은 없다. 이와 관련해 박찬욱 감독은 " 에로틱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샷을 구상하거나 배우에게 표정을 주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런데 관객이 그렇게 느끼는 건 '에로틱하다', '섹슈얼하다', '섹시하다' 이런 류의 감정이 '얼마나 정신적인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육체적인 터치보다 사랑과 관심 등 이런 류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도 유발하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인 것 같다. 관능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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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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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가 1부처럼 부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만 끝났다면 클리셰 영화가 됐을 듯하다. 하나의 필름이 끝나는 지점에서 영화의 2부가 새로 시작된다. 팜므파탈을 이용하기 위해 유혹하는 여성이라고 생각된 서래가 (2부에서) 장르의 관습, 클리셰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왜 영화 제목을 '헤어질 결심'이라고 지었을까. 그는 "동료 영화인들이 독립 영화 제목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걱정을 한 분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저는 좀 당황했다. '독립 영화 제목은 따로 있나?' 싶더라. 그래서 저는 '정말 그런가요?'라고 반문했다. 제목은 정서경 작가와 대화를 통해서 떠오를 때가 많다. '아가씨'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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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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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대화하던 중 '이때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건가요?'라는 이야기하다가 '거참 제목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그래서 '헤어질 결심'으로 제목을 지었다. 제가 제목이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가 관객이 글자 그대로를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결심하고 나면 성공한 일이 드물지 않나. 살 빼기 결심도 잘 안되고 모든 게 잘 안되지 않나. '결심'이라는 단어는 실패와 곧장 연결된다. 결심은 하지만 실패로 연결되는 단어인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거나 등 이런 생각이 연상되더라. 연상 작용이라고 하는 건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뜻한다. 그래서 바람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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