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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장관 직접 발표에도···대통령은 “정부 입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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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무’ 추진에

윤 대통령 “내용 보고 못 받았다”

노동부 “발표 전 대통령실에 알려”

대통령실 “최종안이 아니라는 뜻”

권성동 “당정 협의”…야 “국기문란”

경향신문

출근길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도중 손으로 눈을 만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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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 방침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노동부가 “발표 전 대통령실에 알렸다”라고, 여당에선 “정부의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서둘러 “노동부의 발표가 최종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전날 발표 내용은 보고를 받았다”고 수습에 나섰다.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노동과 경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에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혼란을 키우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주 52시간 개편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글쎄,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한 시각,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노동부의 발표 전 당과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당·정 간에 협의했다. 보고를 받은 것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노동부 이정식 장관과 권기섭 차관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 등에게 이틀 뒤 발표할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포함한 노동부 현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노동부에서도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이내 “전날 발표는 추진계획이지 최종 공식입장이 아니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하며 “다음달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연구회에서 노사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된 정부의 공식입장을 내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하기 전 대통령실에 알렸다”면서 “(어제 발표할 때) 확정이 아니라 방향을 말했기 때문에 대통령 말씀과 어제 발표가 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착오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어제 노동부 발표가 최종안인 줄 알고 ‘내가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 건데, 어제 발표는 기본 방향에 대한 발표였고 그건 이미 6·16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논의됐던 내용이라 다 알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관의 말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기보다는 최종으로 결정된 안이 아니었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전날 장관의 공식 발표를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혼란을 야기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매일 아침 현안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의 예견된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현안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잘못된 답을 했을 때 초래할 혼란상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주 52시간제 개편이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라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반응에 놀라 서둘러 책임을 회피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닌 것을 무책임하게 발표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발표야말로 국기문란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덥·유선희·유정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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