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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원숭이 두창에 2세대 천연두 백신 활용 고민하는 정부…현장 반응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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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포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24일 김포공항 국내선 입국장 TV에 원숭이두창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2.6.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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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숭이 두창 예방으로 허가 받은 3세대 천연두(사람 두창) 백신 수입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에 비축된 2세대 백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당장 2세대 백신 기술을 가진 HK이노엔(195940)의 백신 개량 연구 지원에도 나섰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의 실효성은 낮다고 봤다.

24일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국립감염병연구소와 HK이노엔(195940)은 2세대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 두창에 활용할 수 있는 개량 연구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천연두 백신 개량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장희창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HK이노엔을 방문해 2세대 백신 추가 연구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했다. 국내 비축된 1,2세대 천연두 백신은 우리 정부가 용역을 주고, 제조사가 자체 개발한 국산 백신이다. 2세대 백신 개발에는 장희창 소장도 기여했다.

국내 비축된 2세대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2세대 백신의 부작용이다. 2세대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는 생(生)백신이다. 병을 가볍게 앓아서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접종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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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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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2세대 백신을 접종하면 3주가량 격리를 해야 한다. 심근염과 뇌염, 실명, 태아 사망 등의 부작용도 보고됐다. 분지침(특수 바늘)으로 피부에 상처를 내면서 약을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접종 방법도 까다롭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정부가 확진자와 접촉한 중위험 접촉자 8명에게 2세대 백신 접종 의향을 물었으나, ‘맞겠다’ 답한 사람은 없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2세대 백신을 원숭이 두창 예방에 쓰는 것에 대해 “2세대 백신은 생백신이라, 접종자의 팔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접종 당사자는 매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이 드물기는 하지만 10만 명에서 1~2명 정도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세대 백신 개량 작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1년 안에 개발이 완료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김남중 교수는 “2세대 백신을 개량한다는 것은 3세대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인데, 이는 아예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작업이다”라며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 사회 전파를 막으려면 백신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원숭이 두창 치명률은 3~6% 수준이지만, 면역저하자, 어린이 등에게 치명적이다.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4일 이내에 백신을 맞도록 한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3세대 두창 백신인 임바넥스(미국명 진네오스)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물량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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