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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늦추고, 연기하고, 밀리고…인텔, 삼성에 밀린 반도체 1등 자리 탈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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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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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연기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앞서 지난달 인텔은 한 번 연기했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을 다시 또 늦췄다. 인텔의 반도체 리더십 탈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와 주의회 의원들에게 오는 7월 22일로 예정된 오하이오 공장 착공식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WSJ는 “인텔이 반도체 지원법의 부분적인 불확실성으로 착공식을 연기한다고 오하이오주에 알렸다”라며 “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투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착공식만 연기한 것이고, 건설 일정과 투자 규모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예정대로 2025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 뒤 200억달러(약 26조원)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 여부에 따라 최대 100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하는 기존 계획의 실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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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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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인텔이 착공식 연기로 미국 의회가 미루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의 통과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등 전략 공급망 육성을 위해 세제 혜택 등 520억달러(약 65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 중인데, 이 법안에 명시된 지원 규모와 범위 등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견을 보이며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급기야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의회에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의회 휴회 전에는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겔싱어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양당(공화당과 민주당)과 양원(상·하원)이 (이번 착공식 연기를 보고) 8월 휴회 전까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해야 한다는 시급함을 느꼈을 것이라 본다”라고 했다.

한편, 인텔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 생산 일정도 연기한 상태다. 인텔은 지난해 3분기 사파이어 래피즈를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메모리와의 호환성 검증 등을 이유로 올해 초로 출시를 6개월 연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파트너 행사 ‘인텔 비전 2022′에서 검증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올해 3분기로 계획을 한차례 더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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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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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은 내년 2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인텔의 주요 고객사를 중심으로 ‘인텔이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대문이다. 인텔은 생산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사파이어 래피즈의 세 번째 양산 연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즈차이나도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인텔 사파이어 래피즈가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을 밑도는 출력 성능을 보이고 있다”라며 “출시 일정이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했다.

인텔은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에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를 적용하고 있는데, 업계는 인텔이 1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0㎚ 핀펫 공정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양산에 성공한 기술이다. 인텔 미세공정 수준이 삼성전자와 5년의 격차가 있다는 의미로도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도입하겠다는 초미세공정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 4월 미디어행사에서 2㎚ 반도체을 2024년 초, 1.8㎚ 반도체는 2024년 하반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2㎚ 칩을 양산하겠다는 TSMC와 삼성전자를 1년 앞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0㎚ 핀펫도 못 만드는 인텔이 5㎚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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