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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시간·임금 개혁, 초당적 협력과 노동계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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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월 단위 탄력 운용

연공보상체계 성과 위주로 개편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검토해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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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하고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도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기업별·업종별 여건에 맞춰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개혁 방향은 제대로 설정됐지만 속도감 있는 실행이 관건이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개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이다.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맞지 않고 기업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주범 중 하나다. 해외 주요국들이 대부분 3개월이나 월 단위로 관리하거나 아예 한도까지 없애는 까닭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도 화급한 일이다. 원래 이 제도는 고성장기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직이 잦은 저성장시대에는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연공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혼란도 바로잡아야 한다. 성과와 무관한 보상체계는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뿐이다.

근로시간의 합리적 선택과 능력·성과에 따른 임금 보상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부도 성공한 적이 없는 해묵은 과제다. 국제기구의 평가 결과는 낙후된 한국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서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이고 노사협력도 141개국 중 130위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노동시장 순위가 작년 27위에서 올해 33위로 뒷걸음질쳤다. 이래서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로 날로 가중되는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할 길이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노동시장의 비효율·양극화·불공정 해소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중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건의했는데 차제에 전반적인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노동계가 반발할 게 뻔하다. 거야가 장악한 국회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의견 수렴 등 투명한 절차를 거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국민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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