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28주 1위’ 김무성도 못 피한 여당 대표 잔혹사…이준석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안 심사는 22일 저녁 열린다. 김경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당 대표 잔혹사를 피할 수 있을까. 22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관련 징계안 심사에 돌입하는 가운데, 최근 10년간 정계를 뒤흔든 여당 대표들의 험난했던 운명이 정치권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국내 의전서열 7위인 여당 대표는 당무 전반을 손에 쥐고 여당 의사결정과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같은 당에서 대통령이 배출돼야 하고, 전당대회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여의도를 거쳐 간 정치인들은 셀 수 없지만, 여당 대표에 오른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여당 대표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당내에선 정적들의 표적이 되기 일쑤고, 당밖에선 야당의 공세를 최전선에서 견뎌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막강한 권한과 별개로, 여당 대표의 말로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난 겪은 김무성, 이정현…‘어당팔’만 임기 채워



중앙일보

2016년 3월 24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부산 영도구 선거사무실 인근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김 전 대표는 당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옥새파동'의 당사자였다. 송봉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5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2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잘 나가는 여당 대표였다. 하지만 비박계인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고, 친박계와도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며 ‘옥새 파동’을 벌였다. 그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당초 예상과 달리 민주당에 1당 자리를 내줬고, 김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 가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이정현 전 대표는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주호영 의원을 꺾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청 관계가 나쁠 리 없었고, 당내에선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뒤이어 터진 국정농단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후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2017년 1월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해 18.8%의 득표율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낙선했다.

임기를 끝까지 채운 새누리당 대표는 ‘어당팔’(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가 팔단이라는 의미) 황우여 전 대표가 유일했다. 황 전 대표는 원내대표를 거쳐 2012년 당 대표로 선출됐고, 이 기간 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터지며 고전하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황 전 대표를 놓고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원만하게 당무를 이끄는 관리형 대표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많다.



“尹 당선 일조” 평가받는 秋…미국 출국 이낙연



중앙일보

2020년 11월 25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당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당 대표들도 꽃길보다는 험로를 걸었다. 추미애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열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최초의 여성 여당 대표가 됐다. 2018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이겼고, 민주당계 정당 최초로 2년 임기를 채운 당 대표가 됐다. 하지만 추 전 대표의 운명은 2019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정면충돌하면서 흔들렸다. 추 전 대표는 윤 총장을 직무배제 조치하는 등 사사건건 부딪쳤고, 이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윤 총장은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지금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은 추 전 장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추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도전장을 내밀며 재기를 노렸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낙연 전 대표를 두고도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 대표 당선이 외려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초반만 해도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이 전 대표는 그해 8월 당 대표를 맡은 뒤 지지율이 하락했고, 당밖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내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급부상했다. 결국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해 쓴잔을 마셨다.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하던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쏟아졌고, 이 전 대표는 7일 “저주와 공격을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달라”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중앙일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이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올해 대선 패배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후 두문불출하던 송 전 대표는 의원직을 던지고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결에서 19.8%포인트 격차로 완패해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이해찬 전 대표는 여당 대표 잔혹사를 피해갔다.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 전 대표는 2020년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뒤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물러났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마친 뒤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원로라는 점에서 다른 여당 대표와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국회 산.학.정 의료기기 심포지엄 '의료기기산업의 미래와 정책' 토론회를 마치고 세미나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저녁 열리는 윤리위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이준석 대표의 운명을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은 물론 윤석열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윤리위가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연승 한 여당 대표의 거취가 당 윤리위에서 갈리는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