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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NTJ여서 입사 불가?" MBTI 맹신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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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A씨의 MBTI는 ‘인티제(INTJ)’이다. 평소 인싸(인사이더)로 알려진 A씨는 내향형(I) 유형 결과가 의아했다. 최근엔 A씨의 MBTI가 일부 기업에서 입사 지원조차 못하는 ‘지원 불가’ 유형이라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성격 유형 테스트 ‘MBTI’ 유행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과거 혈액형(ABO)으로 성격을 분류하던 열풍 그 이상이다. 일부에서는 MBTI 검사 결과를 과몰입하는 현상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하지만 MBTI 결과를 맹신해 상대에게 선입견을 품거나 쉽게 판단하면 상대의 실체와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도움을 받아 ‘MBTI 검사 과몰입의 위험성’을 알아본다.

◇성격 유형 검사 MBTI, 4가지 지표ㆍ16개 성격으로 분류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테스트다. MBTI는 자가 보고 검사로서,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복잡한 검사나 소아청소년용 검사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지선다식 질문 93개 문항으로 구성된 Form M 혹은 144개 문항으로 구성된 Form Q를 이용해 수행한다. MBTI는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해 만들어졌다.

융은 인간 의식 속에 사고(T), 감정(F), 감각(S), 직관(N)이라는 4가지의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고 봤다. 사람은 또한 누구나 이 기능을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발달한 정도가 다르므로 성격 차가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MBTI 검사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①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 유형 VS 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유형

②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 유형 VS 관념적이고 의미적인 것을 보는 직관(N) 유형

③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사고(T) 유형 VS 공감적인 성향 감정(F) 유형

④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성향의 판단(J) 유형 VS 유연하고 자유 분방한 성향 인식(P) 유형.

이렇게 분류된 4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나열하면(예: ISFP) 최종적으로 16개의 성격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MBTI 검사, 이분법적 측정… 신뢰도 높지만 타당도 낮아


일반적으로 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척도를 평가할 때, 해당 검사가 믿을 만한 것인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신뢰도ㆍ타당도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자주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반복적으로 검사할 때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해당 검사를 신뢰할 수 있다. 그런데 4가지 지표를 개별적으로 보면 검사를 반복할 때마다 재현 확률이 꽤 높아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16개로 나눠진 성격 유형이 재현되려면 4가지 지표가 모두 똑같이 나와야 하므로 재현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각 지표가 반복 검사 시에도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90%라고 해도, 성격 유형이 똑같이 나올 확률은 0.9의 4제곱을 해야 하므로 66%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타당도도 이 검사가 얼마나 성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느냐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MBTI는 이분법적인 측정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가 보고식으로만 구성돼 있어 타당도에 한계가 있다.

◇MBTI 검사 결과, 실제 성격 정확히 대변 못해


MBTI 검사 결과와 실제 성격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MBTI 검사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분류 성격이 16개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

대부분은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 중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한쪽 특성이 현저하지 않으면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자가 보고 검사의 경우 자신을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실제 성격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시 MBTI 대신 DSM-5ㆍMMPI 활용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DSM-5(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가 있으면 인격 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A군(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B군(히스테리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경계성), C군(강박성, 회피성, 의존성) 등으로 분류ㆍ진단해 치료한다.

MBTI로 판단하는 성격 유형 중에는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므로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다. 또한 꼭 병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전반적인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더 유용한 검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해당 검사는 성격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MMPI-2의 경우 수검 태도를 측정하는 척도, 성격 특성과 정신 병리를 측정하는 척도를 포함해 모두 567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MMP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객관적 심리 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TCI 검사(기질 및 성격 검사)는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구분해 측정한다. 또 BFI(Big 5 Inventory)라는 개방성ㆍ성실성ㆍ외향성ㆍ우호성ㆍ신경성 등 5가지 측면의 성격 요소를 평가하는 척도도 있다.

◇MBTI 틀 안에 갇히기보다 스스로 장단점 보완해야


MBTI 테스트는 검사 자체에 여러 한계점이 있으므로 성격 유형을 구분하고 상대방 성격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MBTI를 통해 평가한 본인 또는 타인의 성격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가볍게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조차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는 것처럼 개인 성격은 모두 다르므로 결과를 맹신해 상대방에 선입견을 갖거나 쉽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성격도 MBTI로 평가된 틀 안에 가두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성격적 특성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참고 자료로 생각하는 게 좋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기준인 DSM-5에서도 성격 장애를 포함한 정신 질환을 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단순히 구분하는 범주적 접근(Categorical approach)뿐만 아니라 정상과 장애가 연속선상에서 존재한다는 차원적 접근(Dimensional approach)을 이용하는 것을 점차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성격도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연속선상에 존재할 수 있는데 너무 쉽게 범주화하면 개인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

성격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바람직한 방법으로 MBTI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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