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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NTJ는 지원불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말하는 MBTI의 진실 [헬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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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MBTI 검사 결과, 실제 성격 정확히 대변 못해

검사 결과에 대한 과몰입은 위험할수도

정신과 진료에서는 ‘DSM-5·MMPI 검사’ 등 활용

#자타공인 ‘인싸(인사이더)’로 평가받는 김군(26). 취업준비를 앞두고 MBTI(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구분하는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INTJ’ 진단을 받았다. ‘INTJ'는 감정보다는 이성을 추구하고 분석을 선호하는 유형으로, 소위 ‘용의주도한 전략가’라고 불린다. 다만 내향적 성향 탓에 일부 기업에서는 ‘지원 불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하다 보니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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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교성이 좋은 김군은 왜 INTJ로 분류된 걸까. 전문가들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MBTI 유행으로 일부에서 검사 결과에 대한 과몰입도 심심찮게 발견된다"며 우려한다. MBTI 결과를 맹신해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품거나 쉽게 판단하면 상대의 실체와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것.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MBTI 검사 과몰입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봤다.

◇ 성격유형 검사 MBTI, 4가지 지표 활용해 16개 성격으로 분류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테스트다.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자가보고 방식으로 측정된다. 복잡한 검사나 소아청소년용 검사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지선다식 질문 93개 문항으로 구성된 M형(Form M) 또는 144개 문항으로 구성된 Q형(Form Q)을 이용해 수행한다.

칼 융은 인간의 의식 속에 사고(T)·감정(F)·감각(S)·직관(N)이라는 4가지의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고 봤다. 사람은 누구나 이 기능을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발달한 정도가 다르므로 개인별 성격 차이가 나타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MBTI 검사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각각 2가지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4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나열하면 ISTJ와 같이 16개의 성격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 유형 VS. 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유형

△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 유형 VS. 관념적이고 의미적인 것을 보는 직관(N) 유형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사고(T) 유형 VS. 공감적인 성향의 감정(F) 유형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성향의 판단(J) 유형 VS.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성향의 인식(P) 유형



◇이분법적 측정 MBTI 검사, 신뢰도 높지만 타당도는 낮아

일반적으로 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척도에 대해서 평가할 때 해당 검사가 믿을 만한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신뢰도’와 ‘타당도’를 고려하게 된다. 가령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자주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반복적으로 검사할 때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해당 검사를 신뢰할 수 있는데 4가지 지표를 개별적으로 보면, 검사를 반복할 때마다 재현될 확률이 꽤 높아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16개로 나눠지는 성격 유형이 재현되려면 4가지 지표가 모두 똑같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재현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각 지표가 반복 검사 시에도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90%라고 해도, 성격 유형이 똑같이 나올 확률은 0.9의 네 제곱을 해야 하므로 6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타당도 역시 이 검사가 얼마나 성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냐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MBTI는 이분법적인 측정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가 보고식으로만 구성돼 있어 타당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 MBTI 검사 결과, 실제 성격 정확히 대변하지 못해

MBTI 검사 결과와 실제 성격과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MBTI 검사 자체의 한계점이 있기 때문이다.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이 16가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 중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쪽 특성이 현저하지 않으면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자가 보고 검사의 경우 개인이 자신을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실제 성격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정신과 진료에서는 MBTI 대신 ‘DSM-5·MMPI 검사’ 활용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인격 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A군(편집성·조현성·조현형) △B군(히스테리성·자기애성·반사회성·경계성) △C군(강박성· 회피성·의존성) 등으로 분류한 다음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MBTI로 판단하는 성격 유형 중에는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반드시 병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전반적인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더 유용한 검사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해당 검사는 성격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MMPI-2의 경우 수검 태도를 측정하는 척도, 성격 특성과 정신 병리를 측정하는 척도를 포함해 총 567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MMPI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객관적 심리 검사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검사’는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에 대해서 구분해 측정한다. ‘BFI(Big 5 Inventory)’라고 해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등의 5가지 측면의 성격 요소에 대해 평가하는 척도도 있다.



◇ MBTI 틀 안에 갇히기보다 스스로 장단점 보완해야

MBTI 테스트는 검사 자체에 여러 한계가 있으므로 성격 유형을 구분하고 상대방의 성격을 단정 지어선 안 된다. MBTI를 통해 평가한 본인 또는 타인의 성격적인 특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서 가볍게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는 것처럼 개인의 성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너무 맹신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갖거나 쉽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자신의 성격 역시 MBTI로 평가된 하나의 틀 안에 가두기 보다는 본인이 가진 성격적 특성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참고 자료로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정신과 진단 기준인 DSM-5에서도 성격 장애를 포함한 정신 질환을 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단순히 구분하는 범주적 접근 뿐 아니라, 정상과 장애가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존재한다는 차원적 접근을 이용하는 것을 점차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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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성격도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연속선상에 존재할 수 있는데, 너무 쉽게 범주화 해버린다면 개인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성격에는 꼭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바람직한 방법으로 MBTI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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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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