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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우리 못 믿나?” RTO 갈등 건드린 카카오 ‘메타버스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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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원격 근무 제도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메타버스 근무제’가 화근이었다. 코로나 기간동안 원격 근무하던 직원에게 7월부터는 ‘주 1회 의무 출근’하고, ‘근무중엔 음성채팅 연결 필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자율성을 해치고 직원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원형 감옥) 근무제”라며 반발하자 카카오는 하루 만에 “재검토하겠다”며 발을 뺐다. 이어 지난 9일 음성 연결을 필수가 아닌 권장 사항으로 바꾸고, 집중 근무 시간도 1시간 줄이는 수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카카오 직원은 여전히 회사의 방침에 불만이다. 근무 장소뿐 아니라 근무 시간·방식에 관여하려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코로나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을 맞아 ‘사무실로 돌아가자’는 RTO(Return to Office)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중앙일보

남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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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왜 후퇴했나=메타버스 근무제를 놓고 임직원들의 큰 반발에 당황한 카카오는 열흘 만에 수정안을 내놨다. 내부 반발을 샀던 필수·의무 조건은 권장 사항으로 바뀌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였던 집중근무 시간(코어 타임)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한 시간 줄였다. 대신 격주 주 4일제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놀금’(출근하지 않는 금요일) 제도를 도입한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같은 기업이 선제적으로 주 4~4.5일제를 도입한 바 있는데, 카카오도 이 흐름에 합류한다. 놀금 제도는 카카오 본사에만 해당된다.

중앙일보

최수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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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요한가=국내 양대 IT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근무 방식 변화는 산업계 전반의 관심사가 됐다. 개발자 등 디지털 인력을 두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앞서 지난 4월 네이버는 원격 근무제 공식화 계획을 먼저 공개했다. 이후 카카오의 새 근무제에 대한 IT 업계 관심이 자연스레 커졌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7월부터 원격 근무제 ‘커넥티드 워크’를 시행하는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같은 시기에 근무 제도를 바꾸는 두 회사가 내부적으로 반응이 대비되는 건, 지난 2년간 자율 근무제에 대한 각 사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을 놓고 카카오는 이를 명문화·제도화하는 쪽으로, 반면 네이버는 이를 직원의 자율에 최대한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네이버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 개인 상황에 맞춰 타입R(Remote·전면 원격 근무)과 타입O(Office·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 중에 근무 방식을 정하면 된다. 지난달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 55%는 타입R을 선호한다.

◆해외는 어떤가=RTO 정책을 놓고 회사와 직원이 ‘기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흔하다. 애플은 지난달 23일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가 이 계획을 연기했다. 팀 쿡 애플 CEO는 7일 타임지가 주최한 ‘타임100 서밋’에 참석해 “우리는 여전히 실험 중이고, 나는 대면 회의를 선호하지만 온라인 회의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 역시 지난 1월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연기했으며, 현재 직원 10명 중 한 명은 완전 원격 근무를 허가받은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직원들과의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고 인재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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