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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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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 좌우” 만화가 변호사가 웹툰 계약 책 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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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현역 만화가인 이영욱 변호사가 법률신문에 연재중인 4컷 만화 ‘변호사25시’의 한 장면을 핸드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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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해요. 계약서가 점점 더 어려워져서, 도움이 더 필요한 때인 것 같았습니다.”

웹툰 계약서부터 저작권법까지 담은 400여쪽의 책을, 법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닌 ‘작가’들 보라고 냈다. 지난달 19일 『웹툰 계약 마스터』(길찾기)를 펴낸 이영욱(51·법무법인 감우) 변호사는 “웹툰·만화 계약 관련한 상담과 강연을 많이 하는데, 물어보는 게 다 비슷하다”며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웹툰 시장은 커졌는데 참고할 게 없으니 정리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비밀유지 조항 등으로 웹툰 계약에 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책은 이 변호사가 10년 이상 예술인 복지재단 등에서 상담하며 접하게 된 300여 사례를 바탕으로 썼다. 계약서 형식부터 설명했고, 참고용 계약서 샘플까지 만들어 담았다. 공동 작업, 영상화 작업이 많아진 현실을 반영해 공동저작계약서, 영상화 계약서, 영어 계약서 예시 등도 포함했다.

플랫폼, 제작사, 위탁사, 매니지먼트 등 주체에 따라 계약 관계가 복잡해 계약서도 복잡해졌다. 이 변호사는 연예계 ‘표준 전속계약서’를 예로 들며 “건마다 다른 사항은 별지로 붙이면 되고, 최소한 기본으로 지켜야 할 골자를 ‘표준 계약서’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아사리판’이던 연예계 전속계약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 전속계약서를 만들면서 정리가 된 만큼 웹툰계도 계약 표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본인도 만화 작가다. 고시생 시절부터 짧은 만화를 그렸고, 법조신문에 4컷 만화 ‘변호사 25시’를 15년째 연재 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 잘 그리는 아이였지만, ‘나중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성적에 맞춰 법대에 갔다”고 했다.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6개월간 AD로 일했고, 광고회사(엘지애드)에서도 2년간 일하다 뒤늦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4기)에 합격했다.

연수원에서 저작권법·특허법을 전공했고, 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법무대학원에서지적 재산권을 공부했다. 2015년 저작권법 중에서도 계약 분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콘텐트·저작권 관련 책을 지금까지 15권 썼다. 국제지적재산권기구(WIPO) 의뢰로 그린 저작권 교육 만화는 7개 언어로 번역됐다.

사실관계가 복잡한 경우 만화로 요약한 참고자료를 법정에 제출하기도 한다. 계약이 잘못돼 사기죄로 1심에서 집행유예 받은 사건을, 10쪽 만화로 16년에 걸친 사건의 사실관계를 요약 제출한 끝에 2심에서 무죄를 받아냈다. 이 변호사는 “법정은 보수적인 곳이라 처음엔 걱정했는데, 재판부가 ‘성의있게 준비했구나’ 하고 좋게 봐줬다”고 말했다. “‘(사법)시험만 붙으면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며 살았는데, 결국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를 이룬 행복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웹툰 다음 관심 분야로 음악 관련 계약을 들여다보고 있다. “음악 산업이 덩치가 제일 큰데,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많고 비밀유지 관행 때문에 개선이 안 된다”며 “음악 분야야말로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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