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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방심하지 못하게, 늘 진화한다…20년 만의 칸 감독상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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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임권택 이어 두 번째 칸 감독상



박찬욱(59) 감독이 28일 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지 20년 만에 탄생한 두 번째 감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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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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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사진 명필름



박 감독은 서른 살이던 1993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철학‧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며 한동안 영화 평론을 하기도 했다.



서른 살 데뷔, 7년 뒤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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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연출로 영화계와 대중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 해 청룡영화상 감독상과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등을 모두 휩쓸었고, 시애틀 국제영화제 신인감독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처음으로 해외 시상식에도 진출했다.



칸 4번 가서 3번 경쟁부문 상 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네 번째 칸 초청작이다. 경쟁‧비경쟁 부문을 통틀어 총 10번 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 5번 초청된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이 칸의 선택을 받은 한국 감독 중 한 명이다.

박 감독은 2003년 개봉한 ‘올드 보이’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처음 연을 맺었다. 심사위원대상은 영화제를 통틀어 두 번째로 뛰어나다고 꼽히는 작품에 주어지는 상으로, 그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당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에 돌아갔다.

2009년 ‘박쥐’도 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고, 류성희 미술감독이 미술‧음향‧촬영 등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받았다.



칸이 사랑한 박찬욱… "늘 새롭고, 방심하지 못하게 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박찬욱의 새로움'에 칸이 집중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상용 평론가는 "박찬욱의 영화는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을 배신하면서, 방심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도발·의외성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박찬욱에 대한 지지와 공감이 깔려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성일 평론가도 "늘 새로운 생각을 담고, 거기서 늘 진화한다"고 덧붙였다.

한 번 칸에 얼굴을 비춘 박 감독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한 번 칸에서 소개된 감독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뒷받침해주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 칸은 '박찬욱 감독' 자체를 좋아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용 평론가는 "박찬욱은 장르를 도드라지게 위반하는 영화고, (다른 영화제에 비해) 칸은 장르적인 영화를 더 넓게 포용하는 영화제"라고 말했다.



강하지만 꼼꼼한 영화, '시네필'이 사랑하는 영화



'박찬욱만의 스타일'도 늘 언급되는 부분이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박찬욱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인정받아왔고, 거기서 소재나 주제로 계속 변주를 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느낌 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감독"이라며 "강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영화, 그런 영화가 많지 않아서 더 눈에 띈다"고 풀이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박찬욱은 뼛속 깊은 시네필이고, 특히 프랑스 쪽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공감대'가 녹아있는 박찬욱의 영화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욱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보고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으로 알려져있고,『박찬욱의 오마주』라는 책을 낼 정도로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자랑한다.

비록 황금종려상은 아쉽게 비켜갔지만, 감독상 수상으로도 여전히 의미있다는 평이 많다. 김동호 이사장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도 한국 영화로 분류됐고, 칸에 두 작품이 경쟁부문에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결과"라며 "연달아 한국영화가 수상하면서, 그만큼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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