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뉴욕 감성 담은 스트릿패션 ‘워독’ 희라 원 대표 “뉴욕 지켜주던 군견을 모티브… 자유로움과 격식이 함께하는 뉴욕의 양면성 담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에 살다 보니 군인들과 경찰, 그리고 군견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국에는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군견을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겼는데, 그런 군견들이 지켜준다고 하니까 듬직하고 예뻐 보였죠. 거기서 영감을 받아 ‘워독’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죠.”

최근 서울 강남 청담에 위치한 자사 쇼룸에서 만난 희라 원(본명 원희라) 대표는 스트릿패션 브랜드 ‘워독(WAR DOG)’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워독은 ‘패션의 도시’라고 불리는 뉴욕의 화려함과 모던함, 그리고 도시를 수호하는 군견이 모티브다. 원 대표는 “24시간 365일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는 뉴욕의 화려함을 강렬한 원색과 비즈의 반짝임 등으로 표현했다”며 “격식도 있지만 동시에 자유분방함을 가진 뉴욕의 이면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워독은 뉴욕의 이국적인 정취뿐만 아니라 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한 도시의 모습을 다양한 소재와 프린팅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뉴욕의 이러한 면에 대해 원 대표는 “스트릿패션으로 편안한 옷도 있으면서, 이브닝 드레스 같이 격식있는 옷도 내놓는 워독과 닮았다”고 말했다.

뉴욕은 화려함과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 두려움도 존재한다. 바로 911테러다. 지금도 뉴욕 곳곳에서는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테러 위협도 마찬가지. 그러다보니 뉴욕에서 군인과 군견을 자주 보는 건 당연하다. 원 대표는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 워독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미국 명문 미술 대학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출신 패션 디자이너다. 마크제이콥스, 띠어리 등 유명 브랜드 샘플 의상을 의뢰받아서 제작했을 정도로 업계에서 솜씨는 이미 알려졌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가 없었으며, 그에게 그게 큰 아쉬움이 됐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명 디자이너의 샘플옷 등을 만들었지만, 일종의 ‘하청’과 같았죠. 제께 아니잖아요. 그래서 2017년 초 뉴욕 어퍼이스트에 ‘희라원’이라는 숍을 냈어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브런치·이브닝 드레스를 판매하는 숍이죠.”

‘희라원’ 론칭하고 3개월 정도 지난 뒤엔 첼시마켓에서 ‘워독’을 팝업스토어로 론칭했다. 원 대표는 “첼시마켓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취향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했다”며 “반응이 괜찮았다. 유튜버들도 와서 촬영을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드레스 브랜드 ‘희라원’과 스트릿패션 ‘워독’으로 조금씩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원 대표는 돌연 모든 사업을 접고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민자, 동양인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허들(제약·방해·한계)이 말도 못할 정도로 높았어요. 고급 옷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이며, 패션이든 아트든 특정 소수의 사람들이 장악했죠. 더군다나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것도 아니고…. 기술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신용이 있어야 하고 친구들이 많아야 했죠. 디자이너들이 본인 쇼에 자주 초청했지만, 기술자로 부른 거였어요. 디자이너가 아니라.”

원 대표는 “계층 단계를 올라가야 하는데 그 한계가 있었다”라며 “이민자, 특히 동양인으로서 백인 커뮤니티에 들어가기는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원 대표는 2019년 중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청담에 워독 쇼룸을 오픈했다.

“워독은 강렬한 프린팅과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레트로 한 무드의 스트릿웨어입니다. 스트릿웨어라고 하지만, 무조건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입는 옷만 있지 않습니다. 발렌시아가도 스트릿웨어입니다. 그런데도 양복도 있습니다. 저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의상 종류가 많이 부족하지만, 정장과 골프웨어 등 다양한 종류의 옷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서로 섞어 입으면서 독특한 감성을 주는 옷이 목표죠.”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독에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을 가진 3∼4가지 메인 의류에, 그 밖 다양하고 색다른 디자인의 옷이 있다. 메인 의류는 밀리터리 콘셉트의 버마쟈켓과 셔츠, 원피스, 오프숄더 크랍 쟈켓이다. 원 대표는 “워독은 군견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군인, 군견 등이 중요하다”며 “그리고 뉴욕을 지역적 배경으로 둬 화려하면서 무거운 느낌, 다채로운 디테일과 트렌드 포인트가 어우러진 심플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막상 붙여놓으면 잘 어울리는 믹스매칭 등도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두껍고 무거운 원단, 오버사이즈 옷으로 뉴욕이 주는 느낌을 담았다. 의상 표면의 거칠면서 부드러운 느낌은 군견의 피부와 털을 연상시킨다.

워독 쇼룸은 다른 의상 쇼룸과 다르다. 옷으로만 가득 차 있지 않다. 벽 한 쪽에는 맥주와 와인 등이 놓인 냉장고가 있다. 특히 맥주에는 ‘WAR DOC’이라는 상표가 붙어있다. 워독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맥주다. 판매도 가능하다. 그 옆에는 DJ 콘솔이 있다. 천장에는 다양한 조명이, 다른 쪽 벽에는 거울이 가득하다. 마치 클럽 같다.

“숍은 옷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경험의 공간입니다. 옷을 자유롭게 입어보고 맥주도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공간이죠. 한국 쇼룸은 옷 판매장입니다. 문화 공간이 아닙니다.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의 연결점이 되고 싶은 거죠. 워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옷만 파는 게 아니라, 워독이라는 문화 자체를 만드는 브랜드이고 싶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