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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처절하게 일하고파" 김은혜 눈물에 캠프도 놀랐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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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보호' 위해 커피 대신 모과차 마시고

헤어·메이크업도 사치…'셀프 수정'이 일상

'엄마 리더십' 강조…연설 도중 울컥하기도

'원팀' 강조하는 與, '86 용퇴'로 분열한 野

[안산·화성=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좋아하는 커피도 하루 한 잔으로 줄였다. 경기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지옥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목소리가 갈라질 대로 갈라진 탓. 27일 오전 10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도금단지를 방문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세 차량 안에는 도라지청과 모과차 등 목소리를 쥐어짜기 위한 각종 마실거리가 구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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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로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주십시오…” 27일 경기 안산 동명삼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은혜 후보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후보 대변인은 “일하고 싶다는 부분에서 처절함이 밀려와서 울컥했다고 한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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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유세 일정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지만, 전문가 손길을 빌려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하는 건 사치다. 그의 평소 기상시간은 새벽 4시30분. 길어야 두어 시간 눈만 붙였다가 다시 숨가쁜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마저도 이날은 오전 6시20분부터 경기 성남시 사전투표장을 찾느라 기상 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 보좌진들은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김 후보가 ‘셀프 수정 메이크업’ 하는 모습은 일상”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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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후보가 차 안에서 ‘셀프 메이크업 수정’을 하는 모습. 하루 두 시간만 자면서 강행군을 이어가는 탓이다. (사진=김은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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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쉰 목소리로 안산 공단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김 후보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번졌다. ‘김은혜 후보님 방문 환영’ 입간판을 발견하고서다. 그는 옆에 놓인 ‘당선 기원’ 문구에는 한층 반색하며 입간판을 끌어안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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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안산도금단지 앞에 세워진 ‘김은혜 후보 당선 기원’ 입간판을 껴안고 함박웃음을 짓는 김은혜 후보.(사진=김보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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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은 국민의힘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다. 안산시장의 경우 12년간 민주당이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김 후보와 함께 공단을 찾은 이민근 국민의힘 안산시장 후보는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12년 동안 저희에게 기회를 안 주셨지 않느냐. 이번에는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선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안산 동명삼거리에서 유세차에 오르자 근방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영찬(61)씨는 “김은혜가 잘할 것 같다. 똑부러지지 않나”고 했다. “민주당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 너무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더라”는 그에게 사례를 한 가지만 들어 달라고 하자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상인도 끼어들었다. “이 양반은 원래부터 2번(보수당)이었어. 난 1번(진보당)이지.” 이번에도 민주당을 뽑을 것이냐고 묻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다른 시민도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많이 와서 유세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기 좋다”며 환영했다.

오후에 화성소방서에서 김 후보와 ‘인증샷’을 찍고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는 구내식당 조리사 이정숙(66)씨는 “남편이 김은혜 팬이라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오라더라. 내일 가서 사전투표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방서 앞 유세현장에서도 한 여성 지지자가 “제 이름도 김은혜다. 너무 팬이다”라며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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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후보가 27일 화성소방서를 찾아 소방대원들의 이름과 직책을 부르며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사진=김은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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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이날 연신 ‘엄마 리더십’을 강조했다. 화성소방서 소방대원들과의 티타임에서 그는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직책을 부르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 후보는 “공동체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아들딸들 이름을 가급적 많이 불러드리고 싶다”며 “아들딸들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공명시키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화성소방서 앞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하는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난달 공약으로 내건 ‘24시간 어린이병원 설립’과 ‘무상 아침급식’을 거론하며 김 후보는 “어머니 마음이 찢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당부했다. “투표로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주십시오…”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자 캠프 관계자들도 웅성이기 시작했다. “유세 때 눈시울을 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지지자들은 울먹이는 김 후보를 향해 “멋있다”며 호응했다. 김 후보 대변인은 “일하고 싶다는 부분에서 처절함이 밀려와서 울컥했다고 한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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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27일 경기도 수원시와 성남시 사전투표소에서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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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기도지사 선거는 초박빙으로 흐르고 있다. 지상파 3사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39.1%, 김 후보 37.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3.5%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서일까. 김 후보는 이날 김동연 후보의 ‘옛 동지’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기아자동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공약에서 저와 많이 일치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조 의원은 김동연 후보가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함께 일하며 그를 도왔지만 이견으로 결별한 바 있다. 몇 시간 뒤 조 의원도 “서로 다른 당적은 장벽이 되지 않는다”며 화답했다.

한편 김 후보는 국민의힘 출마자들과의 원팀 행보를 과시했다. 오전 11시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갑 후보가 안산을 찾아 김 후보와 합동 유세에 나섰다. 오후 7시30분 성남에서는 신상진 국민의힘 성남시장 후보까지 합류해 ‘안심해(안철수·신상진·김은혜) 트리오’로 뭉쳤다.

경기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원팀을 강조하는 사이 공교롭게도 민주당에선 지도부가 분열했다. ‘86 용퇴’ 논란 끝에 박지현·윤호중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갈라서면서다. 김 후보는 이에 “20대 여성을 미래 정치를 할 수 있는 동반자라며 옳은 말을 해 달라고 영입했다가 정작 옳은 말을 하니 책상을 내려치는 폭력을 휘둘렀다”며 “민주당이 내로남불적 구태에 분노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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