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용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 가수 알리의 눈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 리뷰]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오마이뉴스

▲ 알리 ⓒ 채널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알리가 절친한 친구의 사망과 성폭행 피해 경험을 고백하며 그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알리가 출연하여 정신적 불안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데 대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독보적 음색과 고음을 자랑하는 보컬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알리는, 2019년 일반인 남편과 결혼하여 어느덧 4살이 된 아들까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알리는 일상에서 흔히 '멍때린다'는 표현으로 불리우는, 넋이 나간 듯 집중력이 흐려지는 현상을 자주 겪고 있다는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누구나 멍때리는 순간은 있지만 알리는 "대학시절부터 시작됐는데 이런 경우가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멍에 빠지면 머릿속이 백짓장이 되는 듯 하다"고 심각성을 밝혔다.

심지어 라디오 생방송 중에도 대본을 잃다가 순간적으로 침묵에 휩싸이면서 방송사고를 낼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집중력이 흔들릴 만한 계기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뜬금없이 시간이 정지된 듯 멍해진 알리의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은영은 좋은 멍과 나쁜 멍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면 과부하가 오기 쉽다. 뇌를 쉬어가게 하는 의미의 멍도 있고, 그게 길어지면 바로 수면이 된다. 요즘엔 오히려 건강과 휴식을 위하여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리의 멍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초래하는 나쁜 멍에 해당했다. 오은영은 알리의 증상을 '브레인 포그(뇌에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한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알리는 "사실 지금도 멍하다. (현실과 멍한 상태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고백했다. 알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절친인 이윤지는, 알리가 겉보기에 오은영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집중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브레인포그 자가진단 테스트에서 놀랍게도 알리는 7개 항목에 모두 해당된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브레인포그 현상이 지속된다면 사고력과 기억력 저하를 우려해야한다고 설명하자, 알리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많다며 공감했다. <금쪽상담소>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이윤지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깜빡했다고.

알리는 대인관계에서 말로 하는 것보다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드시 대면 소통이 필요한 대상이 바로 함께 사는 가족이었다. 가족과 대화를 통하여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오은영은 알리와 남편의 소통 방식은 어떤지 질문했다.

알리는 "남편과는 지적, 책망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 고백했다. 알리는 연애와 결혼 생활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연애 시절엔 남편 덕에 정말 밝아졌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장인인 남편은 잠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 결혼 후 주말 오후까지 숙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알리는 남편을 존중했지만 주말 오후에 짧은 시간이라도 아들까지 가족 셋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있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알리는 "저의 진심이 (남편에게) 잘 안 전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오은영은 "부부에겐 '함께'와 '같이'가 중요하다. 삶의 미래도 같이 구상하고, 치열하게 육아도 같이 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같이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위로해주면서 서로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근데 이 함께와 같이가 귀찮은 사람이 있다. 그러면 결혼생활과 자녀양육에 문제가 발생한다. 한쪽에서만 요구하고 한쪽은 부담스러워서 회피하게 되고, 그 회피가 계속되면 마음의 문을 닫게된다"며 부부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리와 아들 도건이의 소통은 어떨까. 모자의 일상을 촬영한 VCR에서 겉보기에 알리는 아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이와의 시간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중요한 특징을 발견했다. '도와줘' '구해줘' '위험해' 같은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하여 알리를 놀라게 했다.

사전에 진행한 알리의 MMPI 결과는 '누군가가 현재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와 연결되어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것과 별개로, 사용하는 언어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알리 불안한 마음이 반영된 것을 아닐까라는 게 오은영의 분석이었다. 그리고 이는 아이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었다.

알리는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이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똑같은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며 엄마의 안 좋은 말과 행동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걱정되고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아들의 양육과 가족의 미래를 위하여 부부가 꼭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은영은 알리의 내면으로 좀더 파고들어갔다. 오은영은 알리에게 "혹시 이 세상을 안전하지 않고 늘 경계하지 않으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알리는 잠을 잘때도 항상 곁에 무거운 향초를 두고 잔다고 고백하며, 불을 켜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혹시나' 벌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대비한 "나만의 방어체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는 개연성 없이 불안한 마음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고백하며 "도대체 제가 왜 그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알리는 '잠'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알리는 순식간에 잠이 드는 것에 불쾌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자고, 잠들기 싫어서 몸을 혹사시키기 일쑤였다. 오은영은 "수면이라는건 무의식 상태다. 무서우면 잠을 잘 못잔다. 의식이 없어지면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응할 수 없으니까. 불안감이 크면 곯아떨어지듯 깊은 숙면에 들 수가 없다" 고 알리의 상태를 분석했다.

알리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악몽을 꾼다고 밝히며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때리는 타격감과 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잠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두들겨맞은 것 같다" 고 고백했다. 극심한 공포를 견디기 위해 알리는 아이를 재운 뒤 혼자만의 시간에는 드라마를 보거나 소주를 2병 정도 마셔야 겨우 잠들 수 있다고. 하지만 오은영은 술에 계속 의존하다보면 기존 감정조절능력이 억제되어 술을 마실수록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은영은 알리의 두렵고 불안한 심리상태에 대한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알리에게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한참 망설이던 알리는 눈물을 흘리다가 "참 많이 아끼는 친구가 있다, 저한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의 추억을 떠올렸다.

알리와 박지선, 이윤지 세 사람은 오랫동안 절친한 사이였다고. 알리는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웃음을 주던 친구였다.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친구인데 제가 표현을 많이 못했다. 박지선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더라. 그 당시에 저도 힘들었던 상황이라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그 친구를 떠나보내서, 혹시 내 힘들고 안좋은 부분이 그 친구에게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윤지는 박지선을 통하여 알리를 알게 되었다며 "지선이 남기고 간 가장 큰 선물이 알리를 만나게 해준 것"이라며 위로했고, 알리 역시 "저도"라며 공감했다.

그러나 오은영은 "가까운 사람이 떠났을 때 남은 사람들은 죄책감 많이 느낀다"며 일정한 영향을 미쳤음은 공감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알리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엄마가 되고 아이가 생기면서 더욱 커졌다.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위해를 당할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뿌리깊은 공포심이라면, 그만한 또 다른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오은영의 분석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알리는 조심스럽게 "20대 중반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고백했다. 과거 솔로 앨범을 준비하던 중 끔찍한 일을 겪었던 알리는 "나의 삶이 송두리째 없어질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충격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고통스러워했다.

오은영은 "성폭행은 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키는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일침을 놓으며 "피해자들은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다. 알리도 지금까지 살아주셔서 고맙다"며 위로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지만 알리는 여전히 두려움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알리는 가해자가 뉘우치고 잘 살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가해자를 진정으로 용서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마지못해 용서한 것이었다. 알리는 지금껏 가해자를 마음껏 미워해보지도 못했다.

알리는 "만일 제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마음껏 미워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제가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이고, 저 때문에 우리 가족이 다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면서 "용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는 알리의 처연한 고백은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용서의 또다른 이유는 음악이었다. 알리는 "저는 제 음악을 사랑한다. 살아남아서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피해자는 아직도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했는데 여전히 가해자를 두려워하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심지어 유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미움과 용서까지도 망설여야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으로 알리는 "제가 피해자면서도 가해자인 상황을 만들었다"며 과거 '나영이' 논란을 떠올렸다. 알리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노래로 위로받았으면 하는 의도로 음악을 만들었다.

하지만 동의없이 피해자의 아픈 사연을 노래로 만든 것과 피해자의 실명을 제목에 쓴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쏟아졌고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알리는 결국 음반을 전량폐기하고 공식 사과하며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고백해야했다. 알리는 "제가 평생 속죄하며 살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죄책감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본인의 가장 아픈 걸 드러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알리의 삶이 그 일로 인해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오은영은 알리의 증상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진단했다. 특히 T에 해당하는 트라우마는 전쟁, 자연재해, 성폭행 등 심각한 사건을 통해 겪는 불안증상이다. 오은영은 의학 용어인 트라우마가 최근 일상에서 우스갯소리로 남발되는 것을 우려하며 실제 피해자들을 위하여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알리가 최근에도 집중력 저하를 비롯하여 감각과 지각 이상을 드러낸 것을 두고 "현재도 PTSD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전문적인 치료를 권유했다.

실제로 알리는 과거 피해가 있은 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사의 몸짓과 눈빛이 자신을 불신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상담만 받고 처방약을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성폭행 피해자들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이해한다. 알리만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들이라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감정"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위로했다.

알리가 불안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삶의 의지를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과 아들 덕분이었다. 오은영은 "알리에게 음악은, 유일한 자기 내면과의 소통이었다.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이라고 분석했고 "엄마로서의 역할도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알리는 "제 음악이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 음악에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어 "그동안 제대로 위로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은영의 따뜻한 눈빛과 정확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내가 한 발 나아갈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아들 도건이를 더 많이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알리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보라"는 솔루션을 전했다. 알리는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으로 역시 음악을 떠올렸다. 오은영은 안전지대인 악보속에 들어갔는 자신을 상상해볼 것을 조언했다. 알리는 정형돈의 개그송 히트곡을 떠올리며 미소를 되찾았다. 오은영은 '안심해, 알리야'라는 은영매직을 통하여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이준목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