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투자 잘하려면 필요한 '기질', 그리고 '호기심'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⑤]

머니투데이

/사진=인터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공 투자의 핵심 요소로 찰리 멍거가 자주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올바른 '기질'(temperament)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고 걱정을 많이 하지만,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고 때가 왔을 때는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멍거는 강조했다.

특히 멍거는 힘든 교훈일수록 자신이 직접 겪어서 배우는 것보다 대리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투자손실 없이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훨씬 좋다는 얘기다. 아니나다를까 멍거는 영구적인 자본 손실을 핵심 리스크로 꼽는다. 워런 버핏의 2가지 투자원칙(첫째, 원금을 잃지 마라. 둘째, 첫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과도 일맥 상통하는 논리다.


올바른 기질과 끊임없는 호기심

버핏 역시 기질을 자주 얘기하는데, 200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멍거와 버핏은 기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2019년 출판된 '워런버핏 라이브'에서 인용)

▶멍거: 나는 워런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많이 배웁니다. 워런은 페트로차이나 같은 기업을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능력범위를 확대한 덕분에 이 같은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추월당합니다. 그리고 기질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매우 오랜 기간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우리는 독서를 많이 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데도 지혜로운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독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디어를 고수하면서 실행에 옮기려면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고수하지 못하거나, 고수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버핏: 열쇠는 IQ가 아니라 투자 사고방식이며 여기에 적절한 기질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앙을 맞이합니다. 찰리와 나는 그러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1990년대 말에는 사람들 모두가 투자에 다소 미친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자꾸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역사에서 배우지도 못할까요?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것은, 사람들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멍거는 조바심 없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질뿐 아니라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의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런 태도를 오래 유지하면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멍거는 덧붙였다.

결국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비즈니스를 잘 알아야 하고 기업과 비즈니스를 잘 알기 위해서는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멍거가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는 학습 과정을 강조하면서 성공 사례로 든 투자자는 다름아닌 워런 버핏이다. 지금의 버핏은 멍거가 처음 만났을 당시보다 훨씬 뛰어난 투자자가 됐다며 "게임의 본질은 지속적인 배움이며 반드시 이 과정을 즐겨야 한다"고 멍거는 말한다.


페트로 차이나와 애플에 투자한 워런 버핏

머니투데이

/사진=인터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말한 것처럼, 멍거는 버핏이 2003년 중국 최대 정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에 약 4억8800만 달러를 투자한 것도 그만큼 능력범위를 넓힐 수 있었던 학습 능력 덕분으로 꼽았다. 그 당시 페트로차이나는 원유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40만명이 넘는 직원으로 인해 경영 효율성도 낮았다.

하지만 원유가격 상승과 신규 유전 발견으로 2006년부터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급등했으며 버핏은 2007년 페트로차이나를 전부 매도하고 36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버핏의 학습능력을 드러내는 더 좋은 사례는 애플 투자다.

2017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질문자가 버핏에게, 당신은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항상 조언했으며 기술주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요즘 기술주에 투자하면서 기술주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자신이 수도원에 가서 근신할 때가 되었나 보다고 말하면서 먼저 IBM에 거액을 투자해서 손실을 보지는 않았지만 강세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졌다고 자인했다.

곧이어 최근 애플에 거액을 투자했다면서 버핏은 제품의 기능이나 기업 사이의 경쟁 측면에서 보면 기술 요소가 매우 중요하지만 "경제 특성면에서 애플을 소비재 회사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또한 "IBM과 애플 두 종목에서 모두 실패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멍거는 버핏이 손자의 아이패드를 살펴보고 시장조사도 했다며 "버핏이 애플을 매수한 것은 매우 좋은 신호"라고 밝혔다. 또한 버핏의 애플 매수는 "그가 미쳤거나 지금도 배우고 있다는 신호"라며 멍거는 "버핏이 아직 배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워런 버핏/사진=팀 쿡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을 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311억 달러를 쏟아부은 애플 투자는 2021년말 지분가치가 1612억 달러로 불었다. 2022년 들어 미국 증시 하락으로 애플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지난 5월 25일 기준 애플 지분가치는 1275억 달러에 달한다. 매수금액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버핏의 전망과 멍거의 평가가 옳았다.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성공투자를 위한 마법공식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멍거는 마법공식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한다. 멍거는 각 기업에 맞춘 체크리스트와 알맞은 멘탈 모델로 분석해야 하며, 절대로 '여기 세 가지 공식이 있다'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멍거는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규율'(discipline), '고된 노력'(hard work)과 '연습'(practice)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기질'과 끊임없는 '학습'이다.

"만약 당신이 배우기를 멈춘다면, 다른 투자자들이 당신을 앞서갈 것이다." 멍거의 투자 교훈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