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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년이나 남았는데 포기라니…아시안컵 ‘중국팀 실력’ 드러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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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 핑계로 14일 대회 포기 발표

“실력 탓에 포기한 것 아니냐” 추측 이어져

축구광 시진핑의 축구 부흥꿈 물거품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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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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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개최 시점까지 1년 이상 남은 아시안컵 축구대회 개최를 포기한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실력 부족이 더 큰 이유 아니냐는 뒷말이 그치지 않는다. 내년 6월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월드컵 개최를 시도한다는 중국의 ‘축구몽’(축구 야망)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중국이 아시안컵 개최를 포기했다는 소식은 1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누리집을 통해 발표됐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이날 “중국축구협회(CFA)에서 2023년 아시안컵 대회를 주최할 수 없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중국이 개최권을 포기하게 된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한다”는 짤막한 발표를 내놨다. 대회 포기 이유로 코로나19 대유행을 꼽자, 중국에선 내년 중반까지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1년 이상 남은 대회를 ‘연기’하지 않고 곧바로 ‘포기’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졌다. 이달 초 중국은 올해 9월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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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중국 아시안컵 축구대회 마크.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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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축구 팬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진 중국의 축구 실력이 대회 개최를 포기한 ‘진짜 이유’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대표팀과 프로팀이 각종 대회에서 매우 나쁜 성적을 내고 있어, 중국 정부가 내년 아시안컵 대회가 다른 나라의 잔치가 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올해 3월까지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승 3무 6패로 6개국 가운데 5위에 그쳤다. 중동의 ‘복병’ 오만은 물론 늘 한 수 아래로 여기며 무시했던 베트남에도 1-3의 처참한 패배를 당하며 충격을 안겼다. 중국 축구 팬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 앞에서 “대표팀을 해체해야 한다. 베트남에 지다니 정말 창피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가슴을 쳤다.

중국 프로축구팀들도 최근 한국과 일본 프로팀과의 경기에서 4~5점 차로 대패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내년 6~7월 베이징·상하이·충칭·칭다오 등 중국 대표 도시들에서 열리는 대회가 한국·일본·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아시아 축구 강국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홍콩 매체인 <명보>도 이와 비슷한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이 신문은 지난 18일 ‘아시안컵 포기, 시 주석의 축구 꿈이 깨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회 개최까지 14개월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오래 방역에 전념해야 하는가’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아시아축구연맹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축구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최고위층의 절망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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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의 노동자경기장에 아시안컵을 환영하는 광고판이 걸려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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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로 ‘단결’을 강조하는 중국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중국 지도자들 가운데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시진핑 국가 주석은 축구 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덩샤오핑 주석의 경우 그를 다룬 책이나 드라마 등에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내용이 등장할 정도로 열성 팬이었고, 시 주석은 2015년 10월 영국 방문 때 프로축구팀인 맨체스터 시티 경기장을 방문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특히 시 주석은 축구를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집권 3년 차였던 2015년 중국 축구개혁을 이끌 ‘중국 축구개혁 영도소조’를 꾸리고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과 ‘중국 축구개혁 방안 50개조’를 발표했다.

이번 아시안컵 개최도 당시 세운 축구 부흥 계획의 일환이었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월드컵 개최권 획득으로 나아가려 했다. 이 계획에 기초해 2016년 아시안컵 개최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2019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 개최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인프라 건설을 약속해, 경쟁자인 한국과 인도가 신청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베이징·상하이·톈진·칭다오·충칭·청두·다롄 등 중국의 주요 도시 10곳이 총동원됐다. 이 도시들은 각각 수천억 달러를 들여 10개의 축구 경기장을 신설하거나 개조했다. 한 통계를 보면, 경기장 건립에 쓴 비용만 무려 30억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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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3일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맨체스터시티 트레이닝 구장에서 세르히오 아궤로(가운데) 선수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아시안컵 대회 포기로, 중국이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는 데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대회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개최를 포기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서 중국의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축구의 시련은 안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거대 건설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던 국내 프로리그가 붕괴 수준의 위기를 겪고 있다. 24일에는 25년 역사의 프로팀인 충칭 량장 축구팀이 막대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해산을 선언했다. 통상 4월 말, 5월 초에 시작하는 중국 프로축구 리그는 올해는 6월로 개막이 미뤄졌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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