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출마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의원직을 던지고 서울시장에 도전하면서 계양을이 비었습니다. 대선에 패배한 지 얼마 안 되는 이 후보가 보선에 나서는 게 맞는가를 놓고 논쟁이, 그리고 왜 정치적 기반인 성남의 분당갑 보선이 아닌 인천으로 뛰어들었는가를 놓고 또 한 번의 논쟁이 벌어진 겁니다. 아무튼 결론은 출마였죠.
그런데 이 선택의 전제는 ‘계양을에서 무난하게 이긴다'라는 전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나온 여론조사(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결과가 놀랍습니다. 두 후보가 박빙인 겁니다. 예상 밖입니다.
윤 후보는 서울 목동에 집을 보유하고 계양에는 전세를 사는 점, 한때 목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점을 공격받고 있지만 계양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건 분명합니다. 선거운동에선 토박이와 연고를 강조하고 있지요.
반면 인천 연고가 없는 이 후보는 ‘일 잘하는 일꾼'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큰 효과를 못 본 듯합니다. 송 전 대표가 5번이나 당선된 민주당의 텃밭이 계양을입니다. 또 ‘대선후보 이재명'이 등판했는데 지지율이 이런 건 깜짝 놀랄 일입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을 듯합니다.
아무튼 시간이 다가오면 선거 결과가 나올 텐데, 몇 가지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만약에 이 후보가 계양을 보선에서 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민주당 자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선 때도, 대선 직후에도 당은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중심이었습니다. 차기 대선에 이 후보가 다시 나설 것이고, 이를 위해 오는 8월에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요. 이른바 ‘문재인의 길' 재현입니다.
그런데 계양을에서 진다면 이 모든 시나리오가 엉클어집니다. 이 후보는 정치적 생명을 걱정할 지경이 되는 거지요. 지난 23일 이 후보가 계양을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 끽"이라고까지 한 것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새로운 중심을 찾으려고 할 거고, 자칫 당 방향과 노선이 무엇이고, 중심인물이 누구일지를 놓고 심한 갈등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정으로, 만약 이 후보가 계양을에서 당선하고 수도권, 특히 경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 또한 이 후보에겐 난감한 상황입니다. 본인은 이겨서 국회에 진출하지만, 험지가 아닌 텃밭에 가서 본인만 당선한 거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당내 주도권을 갖고 당권 도전에 나서는 길 자체가 매우 험난할 수 있는 겁니다.
만약 본인도 상당한 표 차이로 이기고 당이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겁니다. 당권과 또 한 번의 대선으로 가는 길 말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히 험난한 도전입니다.
이런 가정과 시나리오를 보면, 이 후보가 보선 출마 대신에 당분간 뒤로 물러나 있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는가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민주당이 만족할 만한 지방선거 결과를 거두면 역시 대선에서 0.73%포인트의 석패였던 것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만약 민주당이 지선에 패배하더라도 직접 등판을 하지 않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상황이 올 테니까요. 때가 되면 당에서 앞다퉈 이 후보를 찾을 거라는 겁니다. 이제 지방선거일까지는 나흘 남았습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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