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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편견의 반성에서 탄생" 韓日 만난 '브로커' 뜨거운 후폭풍(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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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송강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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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 거리'가 많은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 26일 오후 7시(현지시간) 월드 프리미어로 첫 상영된 후 국내외에서 호불호 갈린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브로커' 팀은 27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진행된 포토콜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극중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의 아기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강동원은 상현의 파트너 동수, 이지은은 브로커들과 예상치 못한 동행을 시작한 엄마 소영, 배두나는 브로커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 이주영은 수진을 믿고 따르는 후배 이형사로 열연했다.

"이 영화는 차에 함께 올라 탄 사람들의 여정을 다룬다"고 운을 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가족 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 온 이들이다. 그들이 함께 차를 타게 된 이야기를 구상했고, 그로 인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작은 악을 품은 채 여정을 떠났지만 선을 행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고 정리했다.

영화에서 상현과 동수는 다양한 이유와 사연을 덧붙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기를 사고 파는 '브로커'다. "범죄자인데, 그들의 인간미가 같이 다뤄져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보편적인 평가를 담은 질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에서 다뤄지는 주제가 심각하면 심각할 수록 디테일한 묘사에는 경쾌함이나 웃음을 담고 싶었다. 완전한 코미디라기 보다는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비애나 웃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역할은 송강호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의 가혹함을 어딘가에 반드시 묘사 하면서 마지막에는 인간의 가능성이 어떤 종류의 선(善)까지 닿을 수 있는지, 특히 이번에는 아기를 둘러싼 이야기인 만큼 그 선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며 "영화에서 보여지는 선은 사회적, 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상현은 '아이를 위한 최선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나름의 선을 행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행위다. 그러한 모순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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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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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가족'을 소재로 다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과 함께 일종의 '3부작'으로 묶일 수 있다. 이러한 의견에 동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머니는 아기를 낳자마자 바로 엄마'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 즉 남자는 아기를 낳는다고 해서 쉽게 실감하지 못하고 단계가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이러한 생각을 토로했을 때, 내 친구는 나를 굉장히 비판했다. 친구는 '여성도 아기를 낳고 바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는 모성애가 선천적으로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남성들의 편견일 수 있다'고 강조했고, 나는 그 의견에 많은 반성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또 "그래서 '어느 가족'에는 직접 낳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되려고 하는 어머니가 등장하고, '브로커'에는 낳았지만 여러 상황으로 어머니가 되기를 포기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는 내 반성으로부터 태어난 캐릭터와 작품이다. 나는 두 인물을 자매처럼 생각하면서 표현했고, 세 작품은 직선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베이비 박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 프랑스 기자는 "최근 한국에서도 아기를 버리는 행위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 찍은 후 시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냐"는 질문을 던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베이비박스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갈린다. 현재는 그런 시설이다. 영화 속 수진(배두나)이 말하는 '버릴 거면 낳지 말던지'라는 말에 상징이 담겨 있듯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며 "수진의 시선이 닿아있는 인물들은 범죄자 집단일 수 있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두 시간 동안 기존의 통념들을 흔들면서 수진의 대사에 내포된 생각들이 어떤 식으로 변하고 보는 각도가 달라지는지, 어머니에 대한 견해가 바뀌어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이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어떤 명쾌한 의견을 내가 말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수진과 같은 입장에서 여정 따라가 주길 바란다. 그간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영화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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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송강호가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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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걷고자 한 이 여정에 동참했다. 송강호는 "여기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행복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아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굉장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아픔, 폭력, 두려움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에는 냉정한 세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가장 객관적이고 차갑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작품의 세계로 나는 이해를 했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배우들 모두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에 접근하지 않았나 싶다"고 단언했다.

"일본 감독과의 작업이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는 "잘은 모르지만 고레에다 감독님은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항상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모습들이 모두에게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브로커'라는 작품도 그 일환 중 하나였다"며 "특히 일본과 한국,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인 차이점이 꽤 있다. 사실 굉장히 가까우면서도 다르다. 그런 점이 이번 작품을 할 때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는 속내를 표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이 직접 느낀 일본 감독, 해외 감독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송강호는 "일단 감독님은 상당한 미식가다. 기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그게 한국 영화 감독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를 증명하듯 실제 영화에서도 다양한 먹방이 등장해 관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강동원은 "고레에다 감독님은 모니터보다 카메라 바로 옆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 본다. 나는 그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디테일한 감정들을 모두 잡아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지은은 "어쨌든 감독님과 우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때문에 다른 현장보다 더 서로의 마음을 주목하고 어떤 것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주영은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현장을 편안하게 운용해주셔서 우리 모두 편안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감사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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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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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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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은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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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영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영화 '브로커' 포토콜에 참석했다. | 칸(프랑스)=박세완=기자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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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캐릭터들은 요란하지 않고 평화롭게 녹아들지만 개개인의 설정은 매우 강렬하다. 강동원은 "동수는 보육원 출신으로, 보육원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아기를 파는 브로커로 활동한다. 실제 보육원 출신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던 그 분들의 아픔, 감정들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다. 소영을 만나면서 아픔이 치유되는 모습도 그려보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엄마 역할은 처음이다. 거기다 미혼모 역할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경험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려고 하니까 처음엔 걱정과 부담이 있었다"는 이지은은 "사실 '브로커' 제안을 받기 전부터 희한하게 '엄마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쯤 제안을 받았던 작품이 '브로커' 그리고 소영 캐릭터였다. 엄마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은데, 소영이 엄마 역할이었기 때문에 '정말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이지은은 "그리고 소영은 단순히 어떤 아이의 엄마라기 보다는 소영 자체가 갖고 있는 정서들이 있다. 우울한 일도 많고, 어두운 과거를 보낸 엄마다. 그런 다채로운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는 힘들었던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베이비 박스와 미혼모 분들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그 분들의 인터뷰, 다큐, 그런 것을 찾아보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의 시선 받으면서 아기를 키우는 미혼모 분들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더불어 반성도 했다"고 읊조렸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소영의 아기다. "아기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감격스러워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로나 상황에서 촬영을 준비하다 보니 캐스팅이 어려웠다. 또 신생아에 가까운 아기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여러 동영상을 보다가 주변 소리에 반응을 많이 하게 되는 아기를 꼽게 됐다. 생김새나 이지은 배우와 닮았는지는 크게 상관 없이, 그저 소리에 잘 반응하는 아이를 골랐다. 그건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송강호 배우가 움직일 때마다 아기의 시선이 따라가더라. 양부모 역할을 맡은 여성의 얼굴을 만지는 행동도 내 연출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KTX 안에서 아기가 (강)동원 씨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기의 행동이 어른의 연기에도 반영이 됐던 것 같다. 호텔에서 아기를 팔려고 나가는 상현(송강호)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꼭 이야기를 걸듯이 소리를 내는 상황은 두 번 다시 찍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이다.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은 기적의 순간들이 담겼다"고 흡족해 했다.

송강호는 "아기가 나를 빤히 쳐다볼 때는 '아 이제 그만 좀 찍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빨리 끝낼게!'라며 눈빛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지은은 "아기가 너무 만을 잘 듣고 카메라에 반응을 잘해서 성인 배우들이 힘들었던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보고만 있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편했다"고 거들었다.

강동원 역시 "송강호 선배님과는 작품 경험이 있어서 친했지만, 지은 씨는 처음이라 초반엔 어색한 시기들이 있었다. 세 명이서 같이 로드무비 형식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데 처음 하는 작업이었고, 친한 사이가 아니라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더 친해졌다. 때마다 아기가 있으니까 어색한 분위기가 훨씬 더 잘 풀리더라. 영화에서처럼 점점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칸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친 '브로커'는 내달 8일 국내에서 개봉, 곧바로 홍보에 돌입할 예정이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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