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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리 회사 임금피크제도 연령차별 아냐? 무효판결 적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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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정년 연장 대신 임금깎는 유형

정부 “문제 사례 임금만 삭감…영향 제한적”

임금 삭감 등 세부 조건 따라 위법할수도

금융권 등 판결기준 분석하며 상황 주시


한겨레

대법원은 26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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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합리적 보상 없이 임금만 깎기 위한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걸었지만, 임금피크제 운용 방식이나 도입 목적 등 유형이 매우 다양해 사업장마다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를 놓고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월 기준 정년제를 둔 1인 이상 사업장 34만7천여곳 가운데 7만6507곳(22%)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본 전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해당 사건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이 아닌, 정년을 그대로 둔 채 임금만 깎은 경우라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3~2016년 국내 기업 다수가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 할지라도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연령 차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정년을 61살로 유지하면서 55살 이상 노동자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업무는 그대로 유지한 정부 부처 산하 연구기관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고 판결하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노동자 불이익 정도(임금 삭감 폭·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 저감 여부 및 적정성 △감액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됐는지 여부 등이다. 임금피크제가 단순히 기업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됐거나, 삭감 임금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 업무량과 강도를 줄이는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아낀 재원을 고용 보장이나 신규 채용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쓴 경우의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것이다.

임금이 깎이는 대신 정년이 늘어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대법원이 연령 차별이라고 본 임금피크제와는 ‘대상자에 대한 불이익 정도’에서 차이가 나므로 경우에 따라 합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 삭감이 지나치게 많거나, 노동시간 단축, 직무 변경 등 삭감 임금에 견줘 적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령 차별로 판단될 여지도 없지 않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이 명백한 경우엔 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하는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 내용을 분석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폭넓게 도입된 금융권은 특히 그렇다. 대부분 은행에서는 만 56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임금 삭감 대신 업무 강도를 낮추는 등으로 운영된다. 2007년부터 만 59살에서 60살로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56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사건은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에도) 업무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은행 대상자 중에는 업무가 바뀌는 분들도 있다”며 “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 유형에 따라 달리 나올 것 같아 개별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기보다 노조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다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면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적 정년이 60살로 연장됐고, 정년연장을 할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1인 이상 사업체의 87.3%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3년부터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노동부 관계자는 “관련 판례 분석, 전문가 및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ehot@hani.co.kr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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