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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놓고 해야 할 일을 숨겨서 문제"라는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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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면된 한민호 전 국장, 복직 후 유튜브 출연
"반 자본주의 콘텐츠, 국가가 지원할 수 없지 않나"
법원 판결로 파면 취소...다시 징계 절차 밟는 중
한국일보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2019년 우리공화당 영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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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면됐다가 최근 파면 취소 판결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로 복직한 고위공무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현직 문체부 고위공무원인 한민호 전 문체부 국장은 26일 전직 기자인 김용호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예부장'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 "문화예술계에 정말 도저히 문화예술로 봐줄 수 없는 반(反) 자본주의, 반 대한민국적 콘텐츠가 많다"면서 "그런 것들을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문화계에서 좌파들이 세력을 넓히고 있고 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민간과의 협력 등 치밀한 계획을 짜지 않고 공무원에게 지시만 내린 것이 문제였다. 공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도둑질하듯이 몰래 숨어서 했다. 바보같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의 방식이 문제였지 취지 자체는 정당하다고 옹호한 셈이다.

그는 '문화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전쟁에서 지게 되면 정권이 다시 넘어가고 자신들은 감옥에 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재가 밝힌 판결 취지는 한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헌재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단절할 목적으로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자의적 차별행위"라면서 "문화·예술인들이 향후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등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공무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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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2019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은 친일이 애국"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파면되자, 2020년 3월 이에 불복해 문체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문체부가 항소했지만 올해 3월 항소심에서도 1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고, 문체부의 상고 포기로 파면 처분 취소가 확정됐다.

한씨는 현재 복직해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있으나 보직은 받지 못했고 문체부 내에서는 다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파면된 기간에 우리공화당에 영입돼 2020년 총선에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씨의 발언에 대해 "문체부의 의견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에 악몽처럼 존재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란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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