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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유가에 '수요 파괴'…코로나 정점 때보다 "기름 더 안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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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추가 인하에도 기름값 사상 최고
소비자 체감도 최고조... 기름 소비량 줄어
기름값 폭등에 세계 각국 특단 조치 시행
한국일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여파로 26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L(리터)당 2,000원을 다시금 넘어섰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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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빚어진 '에너지 대란' 여파로 기름값이 연일 치솟자 차에 기름 넣기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급기야 기름 소비량은 기름 수요가 급감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시절보다 줄었는데, 업계에선 치솟는 기름값에 '수요 파괴' 현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 체감하는 기름값 최고조"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004원(서울 2,079원), 경윳값은 2,005원(서울 2,063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기름값은 잠깐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위로 방향을 틀어 휘발유와 경유 모두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기름값이 잡히기는커녕 연일 급등하자 기름 소비 역시 급감하고 있다.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경유·휘발유 소비량은 1,735만5,000배럴로 2019년 9월(1,661만3,000배럴)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달 중순 2년 넘게 이어지던 거리두기 해제로 코로나 빗장이 완전히 풀렸는데, 도리어 기름 소비량은 코로나 상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2,112만3,000배럴)보다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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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부담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감하는 이상으로 기름값이 오르면 아예 기름 넣길 포기하는 '수요 파괴' 현상이 나타나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7,371만5,000b/d(하루당 배럴)로 지난해 2월(7,238만2,000b/d) 이후 가장 낮았다. 대신 국내 정유사들은 국내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같은 기간 해외 수출을 34% 늘려 재고를 털었다.

정유업계 임원은 "기름값 이상급등 탓에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보고가 현장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전체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만큼 업계로서도 기름값 안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기름값 잡기 경쟁


세계 각국도 기름값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석유회사에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익의 25%를 환수해 저소득 서민의 에너지 비용을 보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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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도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의 고충을 상쇄하기 위한 대규모 예산안을 편성했다. 미국에선 자국의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해외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미 정부가 검토 중이란 외신도 나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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