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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도박중독 대위 때문에 '참수작전' 계획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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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구속기소된 13특수임무여단 대위 공소장 살펴보니 작계 유출
참수작전 관련 임무 수행하는 부대로 직간접적인 관련 내용 다뤄
당직사령·신속대응조 근무하면서 비밀문서함 접근, 사진 찍어 유출
다른 간부로부터 받은 '적 인물·장비 식별 평가' 문건도 프린트해 유출
13특수임무여단, 최근 대대적 보안점검 뒤 기존 작계 폐기, 변경
유혹에 넘어간 이유는 '도박중독'…4800만원어치 비트코인 받아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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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얼마 전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령을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역 장교 때문에 군이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김모 대위 공소장을 보면, 김 대위는 올해 1월부터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텔레그램 아이디 '보리스')로부터 작전계획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작전계획은 보통 2급 비밀로, 비밀합동보관소 등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 관리된다. 김 대위가 근무하던 특수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은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을 위해 지난 2017년에 확대개편된 부대다.

조금 더 정확히는, 엄중한 경호를 받는 북한 핵심 수뇌부 제거는 707특수임무단 등 다른 부대가 맡는다. 13특수임무여단은 현장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미 육군 75레인저연대와 비슷하다. 그러려면 특수전에 대해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필요에 따라 북한 지도부 가운데 중요도가 다소 덜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타격(DA)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부대 작전계획에는 참수작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작전계획을 알고 숙지하고 있어야 유사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위는 올해 1월 말 신속대응조 임무를 수행하면서, 비밀문서함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상황을 기회로 해 여기에 보관된 비밀문서를 꺼내 사진을 찍어 보리스에게 제공했다.

올해 3월에는 부대 다른 간부로부터 업무상 '적 인물·장비 식별 평가'라는 문건을 국방망을 통해 받았는데, 이는 유사시 북한 지도부 누구를 어떻게 알아보고 제거해야 할지 세부적인 내용이 담긴 문건이다. 김 대위는 이 문건도 프린트한 뒤 사진을 찍어 보리스에게 제공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문건에 대해 "적 또는 외부에 누설될 경우 아군의 정보수집 능력 노출, 적의 역기습 우려, 전시 부대임무 노출에 따른 임무수행 제한 등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또 올해 4월에는 보리스로부터 부대 작전계획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고, 당직사령 임무를 수행할 때 여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노려 비문을 꺼내온 뒤 사진을 찍고 이를 보리스에게 전송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함께 김 대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최근 13특수임무여단에 대한 대대적인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에서 보안점검 이후 기존 작전계획 관련 문서는 모두 없애고, 작전계획을 새로 만들어 바꿨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위가 이러한 북한 공작원 꾀임에 넘어간 이유는 다름아닌 '도박중독'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대위가 자신의 대학 동기로부터 '자료를 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처음 받은 것은 2020년 3월이다. 다만 당시에는 군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할 테고, 이를 넘겨주면 위법이 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한다.

1년 6개월 뒤엔 상황이 좀 바뀌었다. 인터넷 불법도박 탓에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대위는 결국 2021년 9월 같은 인물의 유혹에 넘어갔고, 그를 통해 '보리스'를 소개받게 됐다. 보리스는 자신이 중국에 사는 조선족 브로커이고, 불법 스포츠토토와 해킹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신분을 위장한 뒤 김 대위에게 접근했다.

김 대위는 그에게 특수전 교육 입교와 수료 격려금, 새해 인사 등 명목과 군사기밀 유출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았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4800여만원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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