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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루나 닮은 이 녀석도 폭락했다…내가 산 코인 '폰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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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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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투자자 A씨는 최근 코인 '스테픈'에 투자했다가 하루 만에 투자금이 반 토막 났다. A씨는 유튜브 등에서 P2E(게임하면서 돈 버는 코인), M2E(운동하면서 돈 버는 코인) 등 테마가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이 하락하는 동안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스테픈이 내리면서 쓴맛을 봤다. 30대 가정주부 B씨는 맘카페에서 걷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스테픈 운동화 아이템을 150만원을 들여 구매했다. 하지만 2주를 걸어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걸어서 받은 코인 가격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B씨는 원금 회수만 하면 스테픈을 그만둘 계획이다.

루나를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던 가상자산이 잇달아 몰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이들 코인이 대부분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가 더 많은 초기 투자금을 부담하는 일종의 '폰지' 구조를 띠고 있어 제2·제3의 루나가 나올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진다.

27일 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스테픈은 지난달 27일 4257원에서 27일 현재 1084원으로 74.5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6일 하루 만에 38% 폭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이 4915만원에서 3647만원으로 25.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3배에 달한다. 스테픈은 올해 초 걷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인기를 끈 코인이다. 스테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운동화 아이템을 갖고 걸으면 GST라는 코인을 주는데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스테픈은 여기에 좀 더 다채로운 수익 모델을 더했다. 실제 운동화처럼 걷는 만큼 운동화가 손상되기 때문에 수리비는 필수적으로 든다. 더 많은 GST를 한 번에 얻기 위해선 운동화 업그레이드도 해야 한다. 이 비용 역시 모두 GST로 지불한다. 스테픈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GST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새 운동화를 사면 기존에 사용하던 운동화는 후발주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좋은 운동화는 비싸게 팔린다. 스테픈이 인기를 끌면서 뒤늦게 스테픈을 시작한 사람들은 운동화를 비싸게 사야 한다. 초기 진입자보다 후발 진입자가 많으면 운동화 가격이 비싸지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스테픈 인기가 무한정 높아질 수 없다. 누군가는 가장 비싼 가격에 운동화를 매입한 뒤 가격 하락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스테픈은 이달 들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스테픈 활성 사용자 중 신규 사용자는 지난 2일 1만7652명에서 20일 1만2818명으로 감소했다. 기존 사용자도 2일 1만2946명에서 20일 1만601명으로 줄었다. 신규 사용자가 감소하면서 가격도 폭락한 셈이다.

스테픈의 이 같은 폭락은 최근 99.99% 하락하며 논란이 된 '루나'의 몰락과 닮아 있다. 루나도 높은 이자를 통해 신규 사용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들어온 사람은 비싼 가격에 루나를 샀다. 높은 이자 지급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를 두고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자마자 루나 가격은 폭락했다. 코인 전문가들이 루나나 스테픈을 폰지 구조라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특히 전체 코인 시장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테픈과 루나 같은 모객 구조로 된 코인을 향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기관발 비트코인 투자 관심이 극도로 낮아졌다. 코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7일 기준 일반 거래소 대비 13.33%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전날 10.9%에 비해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코인베이스에서 가격이 일반 거래소 가격보다 높을수록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신규 투자자가 진입해야 가격이 유지되는 경제 모델을 갖고 있는 코인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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