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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진핑의 중국, 이대로 둘 순 없다" 새 전략 꺼낸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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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에서 대중국 전략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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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시진핑 정권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됐다"고 작심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대중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던 지난 2월 초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우정을 과시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전쟁을 옹호한 중국의 태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경종을 울린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소통을 늘리더라도) 우리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할 수 없다"며 "자유롭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45분간 이어진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6개월 만에 나온 대중국 전략의 종합판이다. 그는 국제 질서에서 가장 심각하면서도 장기적인 도전을 중국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이어지더라도 미국은 계속 중국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처음 방문했던 1972년에는 고립되고 빈곤했던 중국이 국제 질서가 주는 기회에 힘입어 놀라운 영향력과 야심을 가진 세계 2대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현재 국제 법과 원칙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남·동중국해에서의 불법 해상 활동,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과 대량 학살, 정부 주도의 철강·전기차 분야 과다 투자와 불법 보조금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일 중이던 지난 24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전략폭격기 무단 진입 등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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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변한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오히려 중국이 대만에 점점 강압적으로 행동하면서 대만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차단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봉쇄하며 대만해협에서 위협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은 대만이 충분한 방어 능력을 유지하도록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미국은 조만간 대만과 무역, 공급망, 농산물 교역 등 경제 관계 강화를 위한 협상도 시작할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미·중 관계 10년을 내다보면서 신냉전이 아니라 국제 질서 강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중 전략으로 투자, 제휴, 경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국 내 혁신과 경쟁력에 투자하고, 동맹국·파트너국들과 협력하면서 중국과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중국과의 협력 분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19 백신, 핵 비확산과 군비 통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을 손꼽았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중국을 '도전'으로, 미국을 '억지력'으로 묘사해 마치 중국이 침략자이고 미국이 방어자인 것처럼 보인다"며 "이념적 편견과 냉전적 사고방식이 가득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것은 미국의 대외적인 행동이 세상 사람들에게 준 느낌과 일치한다"며 "흑백을 뒤집으려는 말의 함정으로, 중국 정치제도에 대한 거만함이자 중국 인민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도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정면 충돌을 피한다면서 미국이 만든 국제 질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 행동"이라며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과 소통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한 '새로운 철의 장막' 연설보다 덜 호전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이런 아름다운 말 뒤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미국이 이번 대중 전략 발표에서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을 몰아붙이지 않은 것을 놓고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의 유명 보수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논평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우호적인 표현들을 사용한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관여하고, 중국을 개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고, 미국이 소련을 단절시킨 것처럼 중국을 단절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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